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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씨 아재의 이야기 바구니/우리 나라 이야기

출근과 재택 근무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근무 방식, 대세가 될까?

by vinssy 2022.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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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직장인들의 근무 형태에 근본적인 개혁을 가져오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의 대확산"이었다. 보수적인 한국의 대기업들은 정부의 압력과 여론에 떠밀려 재택근무를 시행할 수밖에 없었는데, 한국경영자총협회가 2021년 3월 한국 100대 기업 중 69곳을 조사한 결과, 88.4%가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었다.
한국의 대기업들은 이달 들어 코로나19 방역 조치인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됨에 따라, 속속 직원들의 재택근무 종료와 사무실 복귀를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기업 내부 직원들의 반발과 함께, 기대하지 않았던 일부 기업 경영진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바로 "코로나19 때문에 재택근무를 실시한 기간 동안 회사의 생산성이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출근과 재택 근무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근무 방식은 국내에서나 미국에서나 IT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으며, 일부 대기업들이 동참하면서 대세로 잡아가는 모양새다. 이런 기본적인 근무 제도에서 뒤쳐지는 기업은 인재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무작정 거부할 수가 없는 노릇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하이브리드 근무 방식의 현황에 대해 알아보자.


네이버의 자체 설문조사 결과, 직원들은 재택근무를 원한다

네이버
출처 : 네이버

네이버가 지난 달 최수연 대표이사 취임을 계기로 새로운 근무 제도 수립을 위하여 본사 직원 4,79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주 5일 전면 재택근무를 희망한다는 응답이 41.7%, 사무실 출근과 재택근무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근무를 선택한 응답이 52.2%에 달했습니다. 네이버 본사 직원들 중 설문에 응답한 직원은 3,649명인데, 한 마디로 설문에 응답한 거의 모든 직원들이 재택근무를 하고 싶어 하는 겁니다.
사무실 출근과 재택근무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근무를 선택한 응답 내용을 살펴보면, 주 2일 출근 20.9%, 주 1일 출근 13.3%, 주 3일 출근 7.6% 순이었습니다. 주 5일 근무일 중 이틀 이상은 출근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 직원들이 원하는 근무 형태인 것입니다.

네이버는 지난 2018년부터 4,900여 억원을 들여서 분당 정자역 본사 건물 옆에 연면적 약 3만 평인 제2 사옥을 완공하였고, 조만간 입주를 시작합니다. 그런데, 정작 사무실에 와서 일을 해야 하는 직원들이 사무실에 가기 싫다고 합니다. 최첨단 사무실을 지었는데, 주말을 포함해서 일주일에 적어도 5일은 그냥 비워두게 생겼습니다.

아래에서 언급하겠지만, 네이버뿐만 아니라 카카오도 신사옥과 관련하여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이런 일이 벌어질 정도로 최근 2년 간, 한국의 근무환경 변화는 급격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라인플러스
출처 : 라인플러스

며칠 전에 네이버의 자회사인 "라인플러스"는 지금까지 직원들이 재택근무를 할 때 반드시 국내에서 해야 했던 규정을 바꿔 해외에서도 회사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여 젊은 층들의 엄청난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라인플러스는 일본과 대만, 태국의 SNS 시장 1위를 점유하고 있는 라인 메신저를 운영하는 회사로서 글로벌 인재 확보를 위해서는 근무제도를 좀더 유연하게 할 필요가 있어서 재택근무 장소에 대한 제한을 없앴다고 밝혔습니다.


출근과 재택근무 병행을 선언하는 회사들

SK텔레콤, 거점 사무실 확대 운영 검토

SK텔레콤은 코로나19 종식과 상관없이 전 직원이 근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일하는 '워크 프롬 애니웨어(Work From Anywhere)' 정책을 더욱 강화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위해 현재 "신도림, 일산, 분당" 세 곳에 운영하고 있는 거점 오피스도 확대할 계획이며, 직원들은 소속 부서에서 협의하여 정한 날에 가까운 거점 오피스로 출근하여 공용 PC를 이용하여 업무를 수행하면 됩니다.

네이버-최수연-신임대표
네이버 최수연 신임 대표이사 인터뷰 (출처 : KBS 뉴스 캡처)

네이버, 6월말까지 재택근무 지속한 후 새로운 근무제도 발표 예정

네이버는 앞서 언급했듯이, 새로운 대표이사 취임에 맞춰 근무제도 개선을 추진 중입니다. 언론에 보도되는 내용을 보면 앞서 소개한 SK텔레콤을 벤치마킹하여 서울과 경기도에 거점 사무실을 마련하는 방안과 함께 주 2일 또는 3일 출근하는 하이브리드 근무형태 도입을 사실상 확정한 듯합니다.

카카오, 네이버- 신사옥- 위치- (출처 : 한경)
카카오, 네이버 신사옥 위치 (출처 : 한경)

카카오, 6월 말까지 재택근무 지속하며 후속 조치 고민 중

카카오 역시 인재 확보의 직접적인 경쟁자인 네이버가 근무제도를 개선하고 있는데, 뒤쳐질 수는 없을 것입니다. 카카오도 네이버와 비슷하게 제도를 운영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그런데, 카카오는 네이버와 닮은꼴의 고민거리가 있습니다. 카카오도 2020년에 판교 신사옥을 통으로 임대하여 전체 132개 계열사들 중 주요 계열사들인 카카오게임즈,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인베스트먼트,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 카카오벤처스 등을 한 곳에 모으는 작업을 추진해 왔는데, 재택근무를 확대하게 되면 비싼 임대료는 계속 내는 와중에 사옥은 텅텅 비게 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카카오는 아마도 거점 사무실 도입은 추후로 미루고, 주 2일 또는 3일 출근하는 하이브리드 근무 방식만 도입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대기업-재택근무-현황
대기업 재택근무 현황 (출처 : KBS 뉴스 화면 캡처)

제조업 중심의 대기업들은 고민과 함께 여기저기 눈치보기 돌입

포스코가 국내 대기업 중 처음으로 4월 1일부터 전 직원 출근을 선언한 것은 제조업체의 고민을 선명하고 보여주고 있습니다. 포스코는 포항과 광양에 있는 제철소가 핵심 사업장입니다. 핵심 사업장의 노동자들이 24시간 열심히 일하는데, 본사 직원들만 계속 재택근무를 하기에는 너무 눈치가 보입니다. 이러한 문제는 제조업 중심의 대기업들의 공통된 것입니다.

올 들어 오미크론이 급격히 확산하자,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직원들의 재택근무 비율을 크게 늘렸습니다. 삼성전자나 LG그룹, 현대중공업 등의 대기업들은 본사 직원들의 50%를 재택근무로 운영하고 있고, 현대차 그룹이나 SK 그룹은 필수 인력을 제외한 본사 직원들에게 재택근무를 권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포스코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핵심 사업장들의 노동자들은 3교대로 24시간 일을 하는데, 본사만 계속 재택근무를 하기는 눈치가 많이 보입니다. 그렇다고 포스코처럼 전원 출근을 하자고 하기에도 직원들 눈치가 보입니다.


결국, 대기업들은 기존 근무 체제로 돌아갈 것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매출 1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코로나 상황이 해소되면 예전 근무 형태로 돌아갈 것'이라는 답변이 56.4%였습니다.


글로벌-IT-기업들
글로벌 대표 IT 기업들

미국 IT 공룡 기업들의 하이브리드 근무 체제 도입과 마이크로소프트(MS)의 신중론

미국의 시장조사기관인 포레스터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종료 이후 현재 재택근무 중인 미국 기업의 51%는 출근과 재택근무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근무 방식를 도입할 계획이고, 재택근무를 우선하겠다는 기업은 15%, 기존 방식인 전면 출근으로 돌아가겠다는 기업은 34%였습니다.

구글, 애플 주 3일 출근하는 하이브리드 근무 체제 발표

미국의 IT 공룡 기업들은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이미 갖춰져 있던 우수한 협업 툴과 클라우드 업무 환경을 활용하여 가장 일찍 재택근무를 시작했으며, 대부분 코로나19 판데믹 기간에 뛰어난 경영 실적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코로나19 판데믹의 종료가 가까워지자, 구글과 애플은 직원들이 주 3일을 사무실 출근하도록 하는 하이브리드 근무 체제를 공식 발표했고, 많은 직원들의 반발과 사직서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애플 직원들은 "애플 투게더"라는 조직까지 만들어 회사 측에 주 3일 출근 방침의 철회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애플 투게더는 애플이 자사 제품을 홍보할 때는 "당신이 언제나, 어디서나 일할 수 있게 해 준다.'라고 홍보하면서 직원들은 사무실로 출근하도록 하는 것은 난센스라고 주장합니다.

 

트위터, 직원들의 선택권 보장

트위터는 애초에 직원들의 재택근무 선택권을 철회하겠다고 발표를 했다가 직원들의 반발에 부딪치자, 직원 개개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직원 개개인은 출근을 원하면 출근을, 재택을 원하면 재택근무를 선택할 수 있으며, 일부 필수 업무의 직원들은 회사와 협의하여 하이브리드 근무를 하게 될 전망입니다.

 

하이브리드 근무 체제 도입에 신중한 입장인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애플 등이 하이브리드 근무 체제를 선택하는 것과 달리, 마이크로소프트는 본사가 있는 워싱턴주와 실리콘밸리 사무실을 다시 열고, 직원들의 출근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물론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많은 직원들의 반발과 사직서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출근과 재택근무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근무 체제 도입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직장인-근무환경-설문조사
직장인 새로운 근무 환경 선호도 설문

하이브리드 근무 체제는 현재 몇 가지 문제점들을 안고 있습니다.

첫 번째 문제는 동료들과의 관계입니다. 대면 기회가 줄어들면 동료들과의 원만한 인간관계 형성이 불가능하고, 점차 팀으로 일하는 것도 불편해집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인간관계가 단절된 근무 문화가 정착되는 것은 인력의 도구화, 인스턴트화를 가속화하여 결국 기업들로 하여금 정직원의 채용을 줄이고 비정규직을 더 채용하게끔 만들 것이고, 재택근무를 대행하는 서비스업이 등장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두 번째 문제는 재택근무 및 온라인 근무에 대한 규범의 부재입니다.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있는 대부분의 기업들은 직원들이 집에서 온라인을 통해 근무를 하고 있지만, 아직 이와 관련하여 제대로 된 규범이나 규정을 갖고 있지 못 합니다. 미국에서는 하이브리드 근무 체제를 도입하겠다고 설문에 응답한 기업들의 28%만이 관련 근무 규범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으며, 대부분의 기업들은 재택 업무 시간 중에 직원들이 수시로 인터넷 쇼핑이나 SNS를 즐기는 것을 알고 있지만 어떻게 통제를 해야 하는지 대처 방안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답했습니다.

세 번째 문제는 재택근무 시행 후 대부분의 기업들의 회의 시간이 오히려 크게 증가하면서 업무 효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의 화상 회의 솔루션인 '팀즈'의 총 회의 시간이 2020년 2월 이후 252%나 급증했으며, 1인당 채팅 건수 역시 32%나 늘어났다고 밝혔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기업들이 불필요한 회의를 줄이고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30년 이상 노력해 온 것들이 재택근무를 시행하면서 퇴보하고 있다고 우려합니다.


물론, 무슨 일이든지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습니다. 하이브리드 근무 방식 역시 지금은 몇 가지 문제점이 있지만, 조만간 보완책이 나와 문제점이 해소될 것입니다. 인간 사회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원하면 사회의 상부구조는 그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어 있고, 그 하부구조를 정비해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은 법과 제도가 담당해야 할 몫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끝나가지만, 재택근무와 하이브리드 근무 제도는 이제 시작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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