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경제연구원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기초로 분석해 발표한 결과를 보면, 2010~2020년 OECD 청년 실업률 연평균 상승률에서 한국은 0.76%로 조사 대상 38개국 중 10위였다. OECD 평균치는 -1.40%였으며, 코스타리카가 6.88%로 가장 높았고, 룩셈부르크(5.00%), 캐나다(3.23%), 칠레(2.66%), 호주(2.12%)가 한국보다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또한, 전체 실업률 대비 청년 실업률 배율 항목을 보면, OECD 평균은 2.08배, 한국은 2.82배로 나타났는데, 이는 이탈리아(3.24배), 룩셈부르크(3.11배), 스웨덴(2.85배), 폴란드(2.84배)에 이어 5위였다.
한경연의 설명에 따르면, 통상 청년 실업의 상대적 비교를 위해선, 국가별 노동시장 여건이 상이하므로, 전체 실업에 대한 청년 실업의 정도를 비교, 평가하는 '전체 실업률 대비 청년 실업률 배율'을 우선시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비교적 잘 사는 나라들 중에 5번째로 청년 실업 문제가 심각한 나라인 것이다.
청년실업 문제, 정치인들이 바라는대로 시간이 해결해 줄 수 있을까?
대한민국 정치인들에게 청년 실업에 대한 고민은 대통령 선거 때만 반짝 언급되는, 대표적인 한철 공약을 위한 이슈입니다. 또한 대부분의 청년 실업 공약들도 "공공 부문의 일자리 및 공공 기관의 인턴을 늘린다거나, 직업 교육 예산을 확충한다거나, 스타트업 창업 지원을 늘리겠다"는 수준으로, 벌써 재탕 삼탕해 우려먹은 바 있어서 별로 이제는 국민들도 새로운 묘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20대 대통령에 당선된 윤석렬 씨는 이렇다 할 청년 공약을 발표하지도 못했으나, 부동산 폭등과 조국 사태, 코로나19 소상공인 손실 보상 문제 덕분에 가장 중요한 문제에는 손도 안 대고 대통령에 당선이 됐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청년실업 문제는 묘안이 없습니다.
일본의 청년실업
항상 한국에 있어 사회, 경제적인 측면에서 반면교사의 역할을 하는 나라는 일본입니다. 아니, 반면교사라기보다는 한국이 너무 일본이 걸어간 길을 그대로 쫓다 보니 나쁜 일까지 시차를 두고 일본이 먼저 겪으면 20, 30년 뒤에 한국이 뒤따라 겪어 왔습니다.
1991년 시작된 버블 붕괴와 함께 시작된 일본의 청년실업은 전 세계적으로도 유래가 없을 정도로 급격하게 악화된 경우였습니다. 우리가 지금 자연스럽게 알고 있는 "프리터(알바나 비정규직으로 사는 사람), 니트족(일을 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 캥거루족(일본의 "패러사이트 싱글"이 한국에서 캥거루족으로 변함 ; 성인이 된 후에도 부모에게 의존하여 사는 사람)" 등의 용어는 모두 일본의 청년실업이 낳은 신조어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일본의 입장에서는 다행스럽게도, 일본은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청년실업 문제를 예상보다 빠르게 극복해 냈습니다.
한국인들은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일본에서 왜 그렇게 지지를 받는지 잘 이해를 못 하지만, 아베가 정치를 잘했든, 잘못했든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청년실업 문제가 아베의 재집권 초기에 해소됐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아베와 자민당은 선거에서 질 수가 없었습니다.
1997년 IMF 구제 금융에서 시작된 한국의 청년실업이 서서히 심화되면서 20년이 넘도록 한국 청년들의 목줄을 죄고 있고 있는 상황을 감안했을 때, 일본의 사례는 참으로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금 한국은 5명의 청년 중 1명이 실업 상태에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2022년 3월 현재 청년 실업률은 6%에 불과하고 청년실업자수는 고작 31만 명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언론의 추계와 통계청의 집계가 차이가 나는 이유는, KDI(한국개발연구원)의 설명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취업 활동을 포기하고 그냥 집에서 쉬거나, 공무원 시험 등을 준비하는 청년 구직자의 비중이 높은데, 통계청에서 집계하는 공식 실업률에는 그냥 쉬거나 시험을 준비하는 인구가 포함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냥 쉬고 있거나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까지 포함하는 ‘청년층 확장실업률'은 2021년 말 기준으로 25%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 그렇다면 일본은 어떻게 청년실업을 극복할 수 있었을까요?
그 이유는 크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구조
일본에서 중소기업은 전체 사업자 수의 약 99.7%, 고용의 약 69.7%를 차지합니다. 또한, 일본의 중소기업은 단순히 숫자만 많은 것이 아니라, 첨단 기술 부품이나 소재를 생산하는 중소기업이나 각종 기계 부품을 제조하는 강소기업들이 많기 때문에 대기업과 비교했을 때 임금 수준도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강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100년 이상 된 장수기업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가 일본입니다.
여담이지만, 일본에서 이처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임금 차이가 크지 않은 것은 1970년대 발생한 공산주의자동맹 적군파의 테러 활동으로 인해 일본 국민들의 좌익 활동에 대한 거부감이 노동조합의 활동을 크게 위축시켰다는 점과, 전 세계에서 최초로 산업별 노동조합이 아니라 사업체별 개별 노동조합 제도를 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대기업과 노동조합이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협력업체를 포함한 공동체의 상생을 교섭 조건에 포함해 왔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반면에 대한민국은 노동조합 제도 역시 일본을 그대로 쫓아서 개별 노동조합 제도를 도입했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를 벌리는데 가장 크게 기여(?)를 하고 말았습니다. 만일 1980년대초에 우리나라가 민주노총의 주장대로 산업별 노동조합 제도를 도입했었다면, 동일한 일을 하는 직종은 동일한 임금을 받게 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가 이렇게 벌어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중소기업이 허약합니다. 정부에서는 2019년 기준으로 국내 중소기업은 전체 기업의 99.9%, 중소기업 근로자는 전체 기업 종사자의 82.7%를 각각 점하고 있다고 우기고 있지만, 중소기업에는 자영업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2021년 기준으로 일본은 전체 기업 중 자영업 비중이 10.0%에 불과하지만, 우리나라는 24.6%에 달합니다. 우리나라는 허약한 중소기업의 현실을 높은 자영업 비율로 가리고 있을 뿐입니다.
둘째, 정부의 법적, 정책적 지원
일본은 2015년 ’청년고용촉진법‘을 만들어 중소기업에 더 많은 청년들이 취업할 수 있도록 노력해 왔습니다. 일본 정부는 이 법과 함께 처음 시행된 ‘Youth Yell’ 인정제도를 통해 청년의 채용 및 육성, 고용관리에 적극적인 중소기업을 일본 정부가 인증하여, 청년들이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이유 중 하나인 고용 불안을 정부 차원에서 해결해주고 있으며, 직장 정보제공 의무화 정책을 시행하여 청년들이 취업 전에 특정 직장에 대해서, 그 직장에서 필요로 하는 직무에 대해서 충분히 알아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업에 대한 정보 제공은 중소기업 취업 이후 조기 퇴사를 줄이는 동시에, 우량 중소기업들에게는 홍보의 기회를 제공하여 중소기업들이 청년들과 쉽게 연결되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한, 일본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자사가 필요로 하는 기술이나 실무 교육 프로그램을 지자체들과의 협력하에 개발하여 일본의 청년들이 굳이 대학을 진학하지 않아도 다양한 직업 교육을 무상으로 받은 후 해당 기업에 취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우리나라도 2004년부터 청년고용촉진특별법을 제정하여 시행하고는 있지만, 그 법이 있다는 것조차 체감할 수가 없습니다.
셋째, 인구 구조의 변화(저출산)로 인한 청년층의 감소
일본 청년실업 문제 해결의 가장 큰 이유는 청년층의 수가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2018년에 이미 일본은 구직자 1인당 구인자 수를 나타내는 유효 구인배율이 평균 1.5를 기록했고, 기업과 인구가 밀집된 도쿄의 경우 유효 구인배율이 2.0에 이르렀습니다. 즉, 도쿄에서는 구직자 1명 당 기업 2개가 구인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일본의 합계 출산율이 1.57을 기록했던 이른바 "1989년 1.57 쇼크"를 기준으로 신생아 수가 빠르게 줄어들어 2010년대에는 청년층의 수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입니다.
그리고 일본은 한국이 추월하기 전까지 가장 고령화가 빨리 진행된 나라였습니다. 이처럼 경제활동인구가 급속도로 줄어들면서 일본의 청년실업은 어떻게 보면 자연스럽게 해결된 것입니다.
저는 우리나라의 정부 관료들이나 정치인들이 청년실업 문제를 대하는 행태를 보고 있다 보면, 이들이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참고 기다리면 우리나라도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고 믿고 있는 듯이 보입니다. 물론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이 2019년에 이미 0.92까지 떨어졌기 때문에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할 생각은 없습니다만, 정부 관료들이나 정치인들이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삶의 질을 무시하고, 이들의 미래를 보장해 줄 생각이 없어 보이는 것은 참으로 한심하고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일입니다.
또한, 우량 중소기업의 수가 적은 한국의 기업환경에서 과연 구직자들이 원하는 좋은 일자리와, 중소기업의 어려운 현실이 가져오는 미스매치 현상을 꾸준히 완화해 나가지 않는다면, 청년층이 어느 수준까지 줄어야 청년 실업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매우 우려가 됩니다.
문재인 정권은 무능했지만, 그래도 공공일자리를, 좋은 일자리이든 나쁜 일자리이든, 60만여 개나 더 만들면서 기본은 했습니다.
과연 윤석렬 정권은 우리 청년들을 위해 어떤 일자리를 어떻게 만들어 낼지 국민들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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