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지난해 4월 우주정거장 본체인 '톈허(天和 ; 하늘의 평화)'를 쏘아 올리고 화물우주선과 유인우주선을 각각 두 차례씩 발사한 것에 이어 올해 톈저우 4호를 포함한 6차례의 우주선 발사를 통해 연말까지 우주정거장 건설을 완료한다. 우주정거장의 두 번째 모듈인 '원톈(问天 ; 하늘에 물어보다)'은 7월 24일, 세 번째 모듈인 '멍톈(梦天 ; 하늘을 꿈꾸다)'은 10월에 발사하는데 이 세 가지 모듈이 결합되면 길이 37m, 무게 90t의 "톈궁(天宫 ; 하늘 궁전)"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중국이 우주정거장 톈궁을 건설하는 이유
이미 중국은 우주정거장 건설을 위하여 톈궁1, 톈궁2 테스트 모듈을 지구 상공의 저궤도에 띄워 장시간 과학 실험 임무를 수행하고 지구로 귀환시키면서 본격적인 우주정거장 건설을 위한 준비 작업을 완료한 바 있다. 특히 톈궁1은 길이 10m 정도의 테스트 모듈로서 설계 수명이 2년에 불과했지만, 2011년 궤도에 안착한 후 5년 가까이 수명을 연장하면서 중국이 우주정거장 운영에 필요한 노하우를 습득하는데 큰 도움을 줬고, 비슷한 크기의 톈궁2는 급격한 궤도 이탈로 통제 불능 상태에서 추락했던 톈궁1의 귀환 실패를 교훈 삼아 3년의 임무를 마치고 중국국가항천국의 통제 하에 남태평양에 제어 낙하함으로써 중국이 인공위성 제어 통제에 있어서도 상당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입증하였다.
현재 유일한 우주정거장인 '국제우주정거장(ISS)' 은퇴 임박
현재 지구 궤도상에는 미국이 주도하여 16개국이 참여하고 러시아, 유럽연합, 캐나다, 일본이 함께 만든 국제우주정거장(ISS ; International Space Station, 이하 ISS)이 약 420㎞ 상공에서 지구를 돌며 인류가 지구에서 경험할 수 없는 다양한 현상을 우주 공간 내에서 실험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 지금까지 ISS에 탑승했던 우주 비행사만 19개국 200명 이상이고,
- 지난 20여 년간 ISS에서 진행한 과학 실험 건수만 3000건이 넘는다.
- ISS는 길이 109m, 무게 420t으로 중국의 톈궁보다 5배 정도 크고,
- 지금까지 인간이 우주에 만든 인공구조물 중 가장 크다.
하지만,
- ISS는 1998년 발사될 당시 설계 수명이 2024년까지이고,
- 시속 2만 7000㎞가 넘는 속도로 지구를 매일 16회 공전하면서
- 이미 크고 작은 장애가 발생, 매년 유지보수 비용이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러시아의 ISS 개발사는 ISS 기내 장비와 하드웨어 시스템 중 80%가 사용 기한이 지났다는 점을 근거로 치명적인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를 하기도 했다. 또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사회의 대러 제재가 강화하자 제재가 풀리지 않으면 ISS 운영과 관련한 협력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하면서 ISS에서 철수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러시아가 ISS에서 철수할 경우, 현재 ISS 유지보수의 상당 부분과 추력(궤도를 유지하도록 중력에 대항하기 위한 추진력을 만드는 것)을 러시아가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ISS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NASA는 2030년까지 ISS의 수명을 연장해 우주정거장에 관한 연구와 기술 개발을 통해 우주 기술의 상업적 발전, 우주 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또한 안전 문제 발생 가능성에 대한 경고를 받아들여 당초 민간에 판매하려던 계획을 취소하고, 2031년 1월 남태평양 외딴 지점인 '포인트 니모'로 ISS를 안전하게 귀환(추락)시키겠다는 일정을 발표하였다.
2030년까지 ISS는 스페이스X 및 엑시엄 스페이스 등의 민간 기업들이 개발 예정인 민간 우주정거장의 설계를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상업용 모듈과의 도킹 실험과 다양한 모듈 소재 실험 대상이 될 예정이며, 영화 촬영장으로도 활용될 예정이라고 한다.
우주정거장 건설 비용과 유지보수 비용
미국은 1980년대 초 독자적인 우주정거장 건설을 추진하면서 과도한 건설 비용으로 인해 일정을 계속 지키지 못하다가 결국 유인 우주왕복선에 투자하는 것으로 우주 진출 방식을 변경하였다. 당시 미국이 예상한 건설 비용은 500억 달러(약 60조 원)였는데, 1991년말 소련이 붕괴되고 1986년 완공한 소련의 우주정거장인 '미르(평화)'의 설계수명이 고작 5년에 불과(하지만, 미국의 도움 등으로 미르는 15년간 살아남았다)했기 때문에 미국은 1990년대 초반 우주 기술 개발에 관심을 보이던 국가들을 대상으로 인류 공동의 우주정거장을 건설하자고 포섭에 나서 ISS를 만들 수 있었다.
그렇지만, 1998년부터 2008년까지 ISS에 투입된 총 건설 비용은 1,180억 달러(약 140조 원)에 달한다. 게다가 2009년 이후 유지보수 비용이 많이 발생한 해에는 40억 달러(약 5조 원)나 들어가기도 해서 일부 NASA(미국 항공우주국)의 과학자들조차 ISS의 수명 연장을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이 건설 중인 톈궁의 총 건설 비용은 공식적으로 발표된 것이 없다. 다만, 일부 서방 매체들이 중국 소식통을 통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톈궁의 건설 비용은 예상보다 적은 400억 위안(약 7조 원)이라고 한다. 물론 ISS와 톈궁의 건설 비용은 ISS가 5배나 더 크고, 1990년대와 2020년대의 우주 기술 수준이 너무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ISS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거의 새로 연구하고 개발해야 했기에 말 그대로 천문학적인 비용이 발생했지만, 톈궁은 이미 상당한 수준에 올라와 있는 우주 기술과 소재 산업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고 있어 저렴한 비용에 매우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개발 초기에 로켓 발사 기술 개발이 예정보다 3년 더 걸리기는 했다.)
미국의 과학자들까지도 톈궁의 크기를 ISS의 1/5로 줄여 설계한 중국의 결정은 매우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호평을 하고 있다. 크기가 큰 우주정거장은 문제 발생 가능성이 급증하여 유지보수 비용 역시 크게 증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서방의 언론들은 중국이
1992년부터 2005년까지 유인 우주 개발 프로젝트에 200억 위안(약 3.5조 원), 2005년부터 2011년까지 150억 위안(약 2.7조 원), 2012년 이후에도 매년 100억 위안(약 1.7조 원) 이상, 2020년부터는 600억 위안(약 11조 원) 이상을 쓰고 있기 때문에, 톈궁의 총 건설 비용은 적어도 1000억 위안(약 18조 원) 이상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국 정부는 유인 우주 개발 프로젝트에 대한 과도한 투자가 실질적인 성과를 일궈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확실성 때문에 실제 투자한 비용을 공개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서방 언론들의 의심의 밑바탕에는 중국 정부가 국영 기업들에 대해 엄청난 불법 보조금을 지급하고, 서방의 첨단 기술을 단시간에 훔쳐 기술력을 높여 온 중국 첨단 산업에 대한 불신이 자리하고 있다.
우주 개척 프로젝트에서 중국을 왕따시키고 있는 미국
중국이 독자적인 우주정거장 건설에 나선 것은 미국이 ISS 건설을 주도하면서 중국의 참여를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이 우주 기술 탈취를 목적으로 ISS 건설에 참여하려 한다고 의심하여 중국을 배제했는데, 반대로 중국은 미국이 1967년 UN 가맹국들이 조인하여 발효된 우주 조약(달과 기타 천체를 포함한 외기권의 탐색과 이용에 있어서의 국가 활동을 규율하는 원칙에 관한 조약)에도 불구하고 달을 선점하여 달에 있는 자원을 미국이 원하는 방식으로 배분하거나 이용하려 한다고 비난하면서 독자적인 우주 진출을 준비해야만 했다.
중국의 독자적인 우주정거장 건설 계획이 구체화되고 ISS의 퇴역 시점이 다가오자, 미국은 중국의 우주굴기에 대응하여 독자적인 우주정거장 건설을 추진했는데, 지구가 아닌 달 궤도에 우주정거장을 건설하겠다고 하여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루나 게이트웨이 프로젝트로 명명된 이 달 궤도 우주정거장 건설 계획 역시 미국이 독자적으로 추진하기에 어마어마한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미국은 ISS 건설에 참여했던 유럽연합, 캐나다, 일본, 러시아(2021년 탈퇴) 등이 함께한다는 내용의 루나 게이트웨이 프로젝트를 2019년 최종 발표하였다.
또한, 미국은 루나 게이트웨이 프로젝트를 2017년 발표한 아르테미스 프로그램(달에 지속 가능한 유인 기지를 세우려는 계획, 미국과 유럽연합을 비롯하여 11개국, 18개 기관이 참여, 우리나라 포함)과 연계하여 동시에 진행하기 위하여 일정을 재조정하고 있다. 이미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이나 루나 게이트웨이 프로젝트 모두 당초 발표 일정에 비해 지체가 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미국 언론들은 빨라도 2027년이 돼야 달 궤도 우주정거장과 달 유인 기지 건설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이 톈궁을 운영하면서 얻어내려고 하는 것들
중국의 입장에서 볼 때 문제는, 미국의 따돌림으로 인해 중국은 달 궤도 우주정거장과 달 유인 기지 건설에 참여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는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위상을 크게 떨어뜨릴 수도 있는, 중국 입장에서는 간과할 수 없는 굴욕이기 때문에 중국은 톈궁 운영을 통해 국제사회에 기여하는 모양새를 갖춰 미국 중심의 우주 개척 사업에 대한 반미 전선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개방적인 톈궁 운영 정책을 통해 실험 주도 국가와 과학 실험 데이터를 공유
중국은 이미 전 세계 모든 나라들에게 톈궁에서의 우주 실험을 중국과 공동으로 진행할 수 있다고 선언했으며, 지금까지 17개국 23개 기관 9개 프로젝트에서 총 1천 건이 넘는 과학 실험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ISS가 20년 동안 3천여 건의 실험을 진행했던 것과 비교해 보면 톈궁의 우주 실험 개방 정책이 얼마나 인기를 모으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수치이다.
지금까지 다른 나라가 ISS에서 과학 실험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비싼 비용을 냈어야 했던 것과는 달리, 중국은 과학 실험 국가가 실험 결과를 중국과 공유하는 조건에 동의한다면 우주정거장을 왕복하는 비용과 체제하는 비용만 부담하면 무료로 과학 실험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하여 전 세계 과학계의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심지어는 미국의 민간 기업들도 중국과의 공동 실험에 지원하고 있다.)
중국의 이러한 개방적인 톈궁 과학 실험 지원 정책은 매우 영리한 계획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즉, 실험실 대여비를 받는 것보다 무중력 상태에서의 과학 실험 데이터를 많이 모으는 것이 미래 우주 기술 발전을 도모하는 데 있어 훨씬 더 도움이 되고 이득이 된다는 것이 과학계의 시각이다.
국제사회에서 외교적 영향력을 강화
중국이 개방적인 톈궁 운영 정책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과학 실험 데이터뿐만이 아니다. 중국은 개방적인 우주정거장 운영을 통해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위상을 높이고 외교적인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얻으려 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톈궁 운영 정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중국은 외국 우주비행사들과 과학자들의 톈궁 방문을 환영하며, 우주의 평화적 이용에 힘쓰는 모든 국가와 함께 더 많은 국제 협력과 교류를 원한다.'라고 언급하면서 자국 우주정거장에 가급적 많은 해외 정부와 기관들의 시설 및 장비, 우주인이 방문하여 자국 우주정거장의 정치적 활용가치를 올릴 수 있기를 희망한다는 속내를 드러낸 바 있다.
미국 우주군 사령부(USSC)도 2019년 보고서에서 중국이 우주 진출을 공격적으로 추진하는 이유로 자국의 산업 발전과 기술발전, 군사력 강화와 더불어 외교적 영향력 강화가 있다고 평가했다.
독자 기술로 달 기지를 건설하여 달에 대한 지분 확보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전 세계의 UN 가입국들은 UN이 1967년 만든 우주 조약에 따라 "천체를 포함한 외기권(우주)의 탐색 및 이용은 모든 국가의 이익을 위하여 국제법에 따라 전 인류가 자유롭게 행할 수 있지만, 천체를 포함한 외기권에 대해 모든 국가들은 영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
하지만, 국제 조약이라는 것은 특정 국가가 조약을 탈퇴해 버리면 적용 대상에서 빠져 버리기 때문에 영구 불변한 것이 아니다. 또한 미국과 유럽연합은 2014년 중국이 희토류 수출 제한 조치를 취했을 당시 달에서 희토류를 채취해 오자는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을 출범시켰다. 중국 입장에서 미국과 유럽연합의 달 진출 속도에 보조를 맞추지 못한다면 달을 선점당하여 달에 대한 지분을 주장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위기감으로 중국은 2021년 12월, 러시아와 손잡고 2027년까지 달에 무인 기지를 건설하겠다고 선언했다. 당초 중국은 독자적으로 2035년까지 달에 기지를 건설할 계획이었지만,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의 일정에 맞춰 8년이나 일정을 앞당긴 것이다. 이러한 중국의 움직임은 2013년 창어3호의 달 앞면 탐사, 2019년 창어 4호가 인류 최초로 달의 뒤편 남극 탐사, 2020년 창어 5호가 달의 암석과 토양 샘플 채취에 잇따라 성공하였고, 우주정거장 톈궁 건설 역시 순조롭게 진행되는 데에 따른 자신감에 기인한 것이며, 중국이 이미 우주 개척에 필요한 모든 기술을 갖추고 있음을 국제 사회에 공표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중국은 조금만 더 투자하고 노력한다면, 돈만 잔뜩 들이면서 예정에 맞춰 프로젝트를 진행시키지 못하는 미국에 앞서 달을 선점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인류의 우주 진출은 SF 소설이나 영화 속의 로망에서 벗어나서 점점 현실화되어 가고 있다.
로켓 재사용 기술로 무장한 스페이스X를 필두로하는 민간 기업들은 조만간 지구 궤도에 상업용 우주정거장을 만들 것이며, 부자들은 여름 휴가를 미국의 우주정거장으로 갈까, 중국의 우주정거장으로 갈까 고민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또한, 달 기지에서는 우주 공간에 무궁무진하게 존재하는 수소를 채집, 지구로 실어와서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고 지구를 살려 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우주 개척의 과실은 우주 기술을 가지고 있는 극히 제한된 나라들에게만 돌아갈 것이고, 국가들 간의 빈익빈 부익부는 더욱 심해질 것이다.
조만간 우리나라는 우주로 본격 진출을 시도하려고 할 때, 중국과 미국 중 하나를 고르라는 압력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그게 싫으면 많이 늦었지만, 과학 기술 R&D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자체 로켓 발사체 고도화, 달 탐사선 개발 작업을 조속히 완료하여 제3의 옵션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우주 진출은 이제 로망이 아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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