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와 파키스탄이 지난 3월부터 3개월 동안이나 엄청난 봄 폭염을 겪고 있다. 그런데 폭염이 그냥 폭염이 아니다. 5월 들어 인도의 수도 뉴델리는 낮 평균 기온이 49.2도, 파키스탄 발루치스탄 주의 투르밧 시는 50도를 기록했다.
3월, 4월 파키스탄과 인도 북부 지역에서 시작된 폭염은 5월 인도 남부 지역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인도는 남부의 빈민 지역을 중심으로 이미 2,00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3개월째 지속된 폭염으로 아이폰 오작동
인도의 한 기자는 트위터에 자신의 아이폰 13 프로 휴대폰이 야외에서 작동하지 않는다는 글과 사진을 올렸다. 너무 더워 아이폰이 정상 작동 가능한 온도가 아니라서 켜지지가 않은 것이다. 이 기자는 실내로 들어간 후에야 겨우 아이폰을 켤 수 있었다고 한다.
한 편으로는 웃기고 한 편으로는 황당한 이 에피소드는 애플의 잘못만은 아니다. 애플의 고객지원 안내문을 보면 애플은 아이폰이 -20도~45도에서 정상 작동이 가능하다고 고지해 놓았다. 아마 애플도 아이폰 사용자가 50도가 넘는 기온이 한달이나 지속되는 이런 극한의 상황 속에 놓일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폭염의 원인
인도와 파키스탄의 폭염뿐만 아니라, 근래 들어 발생하는 모든 기후 재난은 지구 온난화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지구 온난화는 지구 북반구 상단의 제트기류를 약화시켜 북극해에 머물러야 하는 찬 공기가 북반구의 인도양이나 태평양까지 내려오게끔 만들고 있다. 또한, 북극의 찬 공기가 확산되면서 생긴 빈자리에 더운 공기가 유입되면서 북극 빙하가 녹아내리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만들어서 전 지구적인 기후 변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매년 세계 각지에서 홍수, 가뭄 등의 비정상적인 기상이변을 유발하여 막대한 재산 및 인명 피해를 주고 있는 엘니뇨(El Niño)와 라니냐(La Niña) 역시 제트기류가 약해져 북극 빙하가 녹아내리는 영향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엘리뇨는 동태평양의 해수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현상을 말하며, 라니냐는 반대로 동태평양의 해수 온도가 낮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파키스탄도 인도와 마찬가지로 이번 폭염으로 인해 기후 재난의 상황에 처해 있다. 파키스탄의 기후부 장관은 폭염으로 인해 파키스탄 북부의 히말라야산맥, 힌두쿠시 산맥, 카라코람 산맥 등의 빙하가 빠르게 녹고 있는데, 빙하가 녹아 파키스탄 북부 지역에 생긴 호수가 수천 개에 이른다며 파키스탄 북부의 지역 주민 700만 명이 갑작스러운 홍수 피해를 볼 위험에 처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한, 파키스탄 북부 지역의 홍수 위험과는 반대로 파키스탄 중부와 남부 지역의 저수지들은 말라가고 있어 거의 모든 지역에서 식수난을 겪고 있다고 한다.
지구 온난화가 인도와 파키스탄 폭염의 간접적인 원인이라면, 폭염의 직접적인 원인은 "열 돔(Heat Dome) 현상"이다.
열 돔 현상은
- 2021년 5, 6월에 러시아 시베리아의 기온이 30도를 넘어가고,
- 미국과 캐나다의 서부 지역이 40도가 넘는 평균 기온을 기록하면서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바 있다.
- 특히, 캐나다의 브리티시컬럼비아주는 여름철에도 30도를 넘지 않는 선선한 지역인데, 여름이 오기 전에 갑작스러운 폭염이 발생하면서 60명이 사망하기도 했으며,
- 러시아의 시베리아는 동토의 땅이라는 별칭이 무색하게, 북극해 연안까지 토지가 녹으면서 뿜어져 나온 메탄가스가 발화하여 한반도 면적과 비슷한 면적의 산림이 산불에 없어지는 재난을 겪기도 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열 돔 현상은 뜨거운 공기가 돔이나 뚜껑의 형태로 지면을 감싸는 현상을 뜻한다. 열 .돔 현상이 생기면 해당 지역은 예년보다 10도 이상 기온이 올라가게 되고, 열 돔 내부의 공기가 정체되면서 폭염이 해소되지 않는 기후 재난을 일으키게 된다.
전 세계에 일기예보를 제공하는 아큐웨더(AccuWeather) 등은 지구를 맴도는 제트기류가 인도와 파키스탄 부근에서 약해지면서 북쪽으로 크게 돌출했고, 강한 고기압이 제트기류의 돌출부문에 정체되어 더운 공기가 갇히면서 "열 돔"(heat dome)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인도, 빈곤층 증가로 사망자 크게 늘어
인도는 2000년 이후 눈부신 경제 성장을 지속하면서 한 때 전 세계 빈곤층의 1/3이 인도에 몰려 있다는 오명을 벗어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전체 13억 명의 인구 중에 3억 명이 국제기구의 기준에 따르면 빈곤층에 해당하고, 2020년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인도 내 강제 봉쇄 조치와 경제 불황이 이어지면서 빈곤층은 1억 명가량 더 늘어났다고 한다.
4억 명에 달하는 인도의 빈민층 인구에 비해 2,000여 명에 달한다는 폭염 사망자는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지만, 폭염이나 폭우 등의 기후 재난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욱 가혹할 수 밖에 없다.
가난한 사람들은 폭염을 피할만한 시원한 가옥이 없고, 가난한 집 어린이들은 폭염을 오히려 증폭시키는 양철 지붕이 있는 헛간을 개조한 교실에 모여 수업을 받는다. 이러한 환경은 인도의 습한 기후 조건에서 빈민층들이 폭염을 견디지 못하고 사망하는 또 다른 원인이 되고 있다. 인도의 시민단체들은 인도 정부가 폭염에 의한 사망자수에만 신경 쓰지 말고, 빈민 지역의 주거 환경과 교육 환경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인도 정부는 빈민 지역에 대한 투자에는 언제나 소극적으로 대처해 왔다. 사실상 인도의 수많은 빈민 지역에 대한 주거 환경, 교육 환경 개선 사업을 벌이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인도와 파키스탄의 폭염은 6월 중순부터 시작되는 몬순(계절풍)이 시작되면 진정될 것이라고 한다.
몬순이 하루라도 빨리 불어 인도와 파키스탄의 재난을 날려 버리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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