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2008년부터 개발을 시작한 중대형 제트 여객기 C919가 지난 5월 14일 최종 시험비행을 마치고 구매자인 동방항공에 인도되었다. 이로써 중국은 미국(보잉)과 유럽(에어버스)이 오랫동안 양분하고 있는 전 세계 민항기 시장에 제3의 공급자가 된 것이다.
C919라는 이름은 "C는 China라는 의미와 A, Airbus와 B, Boeing 다음 C, COMAC이라는 중의적인 의미가 있으며, 9는 중국어로 영원을 의미하고, 19는 최대 좌석수가 190석"이라는 것을 뜻한다고.
2008년 중국과 일본은 거의 동시에 민항기 시장 참여를 선언했는데, 중국은 국가 주도로, 일본은 미쓰비시 중공업 민간 주도로 민항기 개발에 착수했다. 두 나라의 중대형 제트 여객기 개발 경쟁 결과는 중국의 승리로 끝을 맺었다. 일본의 미쓰비시 중공업은 2020년 10월, 중대형 여객기 개발사업을 동결한다고 발표했는데, 말이 동결이지 그냥 포기한 것이다.
C919는 Boeing 737 및 Airbus A320와 동급, 중국 내수 시장 장악할 듯
COMAC(Commercial Aircraft Corp)이 개발한 중국의 첫 민항기 C919는 좌석수가 158~168석, 운행거리는 4,075 ~ 5,555km, 항공기 탑재량은 20.4톤이며, 설계상 마하 0.785(450kn, 834km/h)의 순항 속도와 상승 고도 12,200m(39,800피트) 등의 사양을 가지고 있다. 이는 Boeing 737 및 Airbus A320 항공기와 비슷한 수준으로, 적어도 보잉과 에어버스는 중국의 중대형 민간 항공기 시장의 상당 부분을 C919에 잠식당할 것이 확실하다.
COMAC은 C919 항공기를 매년 150대씩 생산할 계획이라고 하는데, 미국 언론들은 현재 생산라인이 외부에 공개된 상황이 아니라 예측이 어렵지만, 현재로서는 매년 최대 50대가량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COMAC 입장에서는 선주문을 받은 물량만 벌써 500대에 이르고 있다고 알려져 있는 만큼 양산 체제 구축이 시급한 과제인 것이다.
파이낸셜 타임스(Financial Times)는 C919가 최신 버전의 A320 및 보잉 737에 비해 항법 시스템, 연료 시스템 등이 10~15년 정도 구식이기 때문에 실제 항행 거리가 짧아 운영 비용이 더 많이 들 것이라고 보도하면서, 에어버스 관계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에어버스도 A320를 한 달에 30대씩 생산하기까지 10년이 넘게 걸렸음을 언급하면서 C919 양산을 위해서는 주요 부품에 대한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데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 양상에 따라 양산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파이낸셜 타임스 역시 C919의 등장이 미래에 중국시장에서 보잉과 에어버스의 물량을 크게 줄일 것이라는 예상에는 동의하고 있다.
주요 부품은 미국과 유럽에서 들여와 비싼 가격, 기술 절도 문제 등 남아 있어
동방항공이 5월 10일 상하이증권거래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동방항공은 4대의 C919 여객기, 24대의 COMAC ARJ-21 소형 제트기, 6대의 에어버스 A350-900 여객기 및 4대의 보잉 787 등의 38대 항공기 구매를 위해 150억 위안(22억 달러) 조달 계획을 신고 했는데, COMAC의 C919와 ARJ-21 가격은 각각 9900만 달러와 3800만 달러로 당초 시장에서 예상했던 가격에 비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시장 분석가들은 COMAC의 C919 가격이 5천만 달러 수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실제 공개된 가격은 예상가격의 2배에 육박한 것인데, 이 가격은 보잉 737-8의 정가 1억 2,160만 달러나 에어버스 A320neo의 정가 1억 1,060만 달러와 크게 차이가 없는 가격이다. 하지만, 보잉 737이나, 에어버스 A320 여객기의 실제 인도 가격은 정가 대비 40% 가량 낮다. C919의 높은 판매 가격은 중국 정부의 주도로 부풀려졌고, 중국 정부가 동방항공을 통해서 COMAC에 불법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는 이유이다.
C919 여객기의 가격이 높은 이유 중의 하나는 이 항공기의 주요 부품이 대부분 미국이나 유럽 기업들에게서 납품받은 것들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의례적으로 중국의 첨단 기술이 집약된 항공기라고 선전을 하고는 있지만, 실제 중국 기술 자립에 성공했던 다른 첨단 기술 제품들에 비해 C919에 대한 언론보도는 매우 적고, 기사 내용도 매우 짧다.
C919의 주요 부품은 80% 이상 미국과 유럽 기업들로부터 납품을 받았고, 중국 기업들이 납품한 부품은 15%에 지나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COMAC이 아무리 가격을 낮춰서 시장에 내놓고 싶어도 가격 인하를 할 수 없는 구조인 것이다.
미국과 유럽의 안정성 인증 없이 수출은 어려울 듯
미국과 유럽이 중국과 무역 전쟁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도 항공기 부품 기업들의 중국 수출을 막지 않은 것은 어차피 중국이 항공기를 개발해도 중국 내에서만 운항이 가능하며 수출이 어렵기 때문이다.
세계 항공기 인증을 양분하고 있는 미국 연방항공청(FAA)과 유럽 항공안전청(EASA)이 C919에 대해 감항성(항공기가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갖추어야 할 능력) 인증을 내어 줄 가능성은 거의 없다. 특히, 미국 FAA는 2018년 2019년 두 차례나 큰 사고를 냈던 보잉 737 맥스 항공기에 대해 FAA가 감항성 재평가 결과 적합 판정을 내렸음에도, 중국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FAA의 판정을 아직까지 받아들이고 있지 않은 점은 부당한 무역 장벽이라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99.9% C919 인증을 내주지 않을 것이다.
물론 위의 2040년까지의 수요 예측표에서 볼 수 있듯이 중국은 전 세계 여객기 시장에서 가장 큰 시장인 점을 감안했을 때, 미국과 유럽이 중국 시장을 포기하는 건가?라고 의아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향후 여객기 공급 시장은 공급 능력이 수요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을 생각하면 보잉이나 에어버스 입장에서 큰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니다. 즉, 중국 시장의 일정 부분을 COMAC이 가져가더라도 보잉과 에어버스 입장에서 중국 이외의 시장을 장악하고 있고, 중국 시장에서도 현재 수준 이상으로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보여 손해 볼 일이 없는 것이다. 또한, 파이낸셜 타임스가 보도했듯이, COMAC이 여객기 양산 체제를 완성하려면 적어도 10년은 소요될 것이기에 미국과 유럽은 COMAC에 부품도 팔고, 보잉과 에어버스가 여객기도 팔 수 있는 시장 환경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이밖에도 미국은 C919 개발 과정에서 중국 정부가 엄청난 보조금을 지급한 점, 그리고 중국의 해커 집단인 Turbine Panda가 Ametek, Capstone Turbine을 포함한 여러 C919의 해외 부품 제조업체를 해킹했고, GE Aviation, Honeywell, Safran 및 기타 업체에서 부품 제조에 대한 지적 재산권 및 산업 프로세스 데이터를 빼내어 미국 검찰에 의해 기소된 사건 등을 문제 삼아 C919의 수출 움직임에 제동을 걸 것이 확실하다.
이 포스팅의 서두에서 언급한 중국과 동시에 제트 여객기 개발을 추진했던 일본의 미쓰비스 중공업이 제트 여객기 개발을 접은 이유는 간단하다. 기술력이 중국보다 모자라서가 아니라, 일본은 중국만큼 큰 자체 여객기 시장을 갖지 못해서이다. 또한, 항공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엔진부터 비행기 프레임까지 미국의 지적재산권을 피해 갈 수가 없다는 점도 수익성 측면에서 약점으로 작용하여 시장 진입 결정을 어렵게 했을 것이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큰 시장을 갖는 것은 큰 축복이다. 그런데, 중국은 그 큰 축복을 내세워서 기술 절도를 서슴치 않고 하고, 기술 보유국을 협박까지 한다.
중국이 글로벌 스탠다드에 적합한 국가 시스템을 갖추기를 기대하면서 포스팅을 마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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