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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씨 아재의 이야기 바구니/다른 나라 이야기

반복되는 학교 총격 사건, 미국이 총기 규제를 못 하는 이유

by vinssy 2022. 5.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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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총기 난사 사건 발생 건수가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많다. 2013년에서 2019년 사이에 미국에서는 2,100건의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하여 2,400명 이상이 사망하고 9,000명 이상이 부상당했다. 하지만, 2017년부터는 학교 총기 난사 사건이 더욱 빈발하면서 24세 이하 미국인의 사망 원인 1위가 교통사고가 아닌 총격에 의한 사망으로 바뀌었으며, 총기 사고로 목숨을 잃은 24세 이하는 2020년을 기점으로 연간 1만 명 이상 발생하고 있다.

 

미국이 총기 규제를 못 하는 이유

미국-지난-10년간-발생한-대형-총격-사건
미국의 지난 10년간 발생한 대형 총격 사건 (출처 : 알자지라 통신)


미국의 학교 총기 난사 사건 현황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통계자료를 근거로 24세 이하 미국인의 사망 원인 1위가 지난 60년간 교통사고였다가, 2017년부터는 총격에 의한 사망으로 바뀌었으며, 총에 맞아 숨진 24세 이하의 수는 20년 전까지만 해도 7천 명 미만이었지만, 2020년에 처음으로 1만 명을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또한, 2012년 이후로 10년간 학교 내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은 900여 건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1970년-이후-미국-학교-총격-사건-집계표
1970년 이후 미국의 학교 총격 사건 집계표 (출처 : Statista)

액티브 슈터(Active Shooter)란, 제한된 공간 또는 인구 밀집 지역에서 살인을 목적으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총기를 사용하는 범죄자를 지칭하는 용어로, 액티브 슈터는 개인의 총기 소유가 자유로워 총기 난사 사건이 빈발하는 미국에서도 가장 위험한 범죄자의 유형으로 지목받고 있다.

미국의 학교 총기 난사 사건은 2018년 급격히 증가했으며, 2021년에는 전년대비 2배 이상 급격히 상승했는데, 미국에서는 미국인들, 특히 젊은 백인 남성들의 보수화 추세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본인의 재선을 위하여 공공연하게 인종 혐오를 부추겨 온 것이 그 이유라고 분석하고 있다.

1970년-이후-미국-학교-총격-사건-주별-발생-건수
1970년 이후 미국의 학교 총격 사건 주별 발생 건수 (출처 : World Population Review 화면 캡처)

1970년 이후 미국 주별 학교 총격 사건 발생 건수를 살펴보면, 위의 분포도는 파란색이 짙을수록 사건 건수가 많은 주를 나타내는데, 1위 캘리포니아(158건), 2위 텍사스(133건), 3위 플로리다(90건), 4위 미시간(67건), 5위 일리노이(63건)의 순으로 학교 총격 사건이 많이 발생하였다. 

 

캘리포니아주에서 학교 총격 사건이 많은 이유는 우선 인구가 미국에서 가장 많으면서(약 4천만 명) 유색 인종도 다양하게, 다수 거주하며, 빈부 격차에 의한 교육 환경 차별과 집단 따돌림 등이 가장 심한 탓에 범죄가 많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범죄자나 사회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도 많고, 증오 범죄 타겟을 찾기도 쉽기 때문에 학교 총격 사건이 빈발하는 것이다.

 

캘리포니아 주 다음으로 총격 사건이 많이 발생하고 있는 텍사스 주는 인구도 캘리포니아 주 다음으로 많지만(약 2,900만 명) 총기 난사 사건 발생 원인은 많이 다르다. 최근 10년간 멕시코를 통해 유입되는 히스패닉들의 인구 비중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텍사스 주는 불행히도 미국에서 가장 보수적인 주이며, 히스패닉에 대한 증오 범죄가 갈수록 증가하면서 학교 총기 난사 사건도 증가하고 있다. 2018년 8월, 텍사스주 엘패소 월마트 매장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22명 사망)의 백인 남성 범인은 범행에 나서기 직전에 극우 성향 사이트에 “텍사스 주 인구 다수를 차지하는 히스패닉들로 인해 이곳은 곧 민주당 텃밭이 될 것”이란 성명서를 올렸다. 그리고 지난 24일 발생한 텍사수 주 유벨디의 롭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21명 사망) 역시 히스패닉 어린이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일어난 증오 범죄일 확률이 매우 높다.(범인이 사살되어 정확한 동기가 밝혀지지 않을 듯)

유벨디-롭-초등학교-총기-난사-범인과-총기
유벨디 롭 초등학교 총기 난사 범인과 총기 (출처 : 조선일보)

그럼, 미국은 왜 개인이 너무나 쉽게 총기를 구입할 수 있도록 방치하는 것일까?

지난 20년 동안 미국 내에서 총기 규제 찬반에 대한 질문은 낙태 찬반에 대한 질문과 더불어 사적인 자리에서 가장 해서는 안되는 질문으로 꼽힌다. 그만큼 민감하면서도 팽팽하게 의견이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가 2021년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규제 강화로 대형 총기 참사를 막을 수 있다는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49%에 그쳤다.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24일 발생한 롭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과 관련한 대국민 연설을 통해 “이는 또다른 대학살”이라며 “숨쉬기 힘든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18세 청소년이 총기를 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면서 강력한 총기 규제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그는 “얼마나 더 많은 학생이 학교에서 전쟁터처럼 친구들이 죽는 것을 봐야 하냐”며 “총기 단체의 로비에 맞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 “우리는 상식적인 총기 규제법을 방해하거나 지연시키는 사람을 잊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은 행동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럼, 하면 되잖아? 왜 안하는 거지?

 

미국이 총기 규제를 하지 못하는 이유

총기 규제에 대한 미국민들의 찬성 여론이 예상보다 낮다

미국인들의 총기 규제에 대한 여론은 여론기관에 따라, 조사 시기 등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2020년 이후 조사 결과로는 미국민 과반수 이상이 총기 규제를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981년부터 총기 규제에 대한 여론 조사를 실시하고 있는 갤럽의 자료에 따르면 2021년 미국인들의 52%가 지금보다 총기 규제가 강화되어야 한다고 답해서, 총기 규제를 완화하거나 현재 수준이 적당하는 의견에 비해 6%가량 총기 규제 여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총기 규제 강화를 찬성하는 미국 내 여론이 52% 밖에 안된다는 사실이다. 

미국민들의 압도적인 찬성 여론이 없으면 정치권에서 움직일리가 없다. 정치인들 입장에서 괜히 나서서 절반 가까운 유권자의 질타를 받고 싶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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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 규제에 대한 여론 추이 (출처 : Gallup News)

 

미국 공화당을 지배하고 있는 전미총기협회(NRA)

전미총기협회(NRA ; National Rifle Association, 이하 NRA)는 미국 정치에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이익단체다. 정치인을 로비하는 데 많은 돈을 쓸 뿐만 아니라, 5백만 명에 달하는 회원들의 숫자도 강력한 위력을 발휘한다.

NRA-개요
NRA 개요 (출처 : 세계일보)

NRA의 2020년 1년 예산은 2억 5천만 달러(약 3,200여 억 원)에 달하며, 지난 2016년 한해 정치인에 대한 직접적인 후원과 로비에 4백만 달러(약 45여 억 원), 기타 정치활동에 5천만 달러(약 570여 억 원) 이상을 썼다. 도널드 트럼프의 선거운동에는 3천만 달러(약 340여 억 원) 가량을 쓴 것으로 추정된다. 

 

워싱턴에서 NRA는 거물 정치인을 만들 수도, 그리고 무너뜨릴 수도 있는 정치세력이란 명성을 구축한 지 오래다. 
한 전직 공화당 하원의원은 2013년 뉴욕타임즈에 이렇게 말했다. "NRA에 가서 '제가 현직에 있는 동안 NRA에 반항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라고 말했죠."

 

미국 내에서는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을 중심으로 총기 규제 옹호론자들이 NRA에 대항할 수 있는 이익단체를 구성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NRA가 공화당을 장악하고 있는 한 총기 규제 강화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의 수정헌법 2조와 보수 성향의 연방대법원

낮은 총기 규제 찬성 여론과 더불어 가장 풀기 어려운 문제는 미국의 수정헌법 2조에 대한 해석이다.

수정헌법 2조는 "잘 규율된 민병대는 자유로운 주(State)의 안보에 필수적이므로 무기를 소지하고 휴대할 수 있는 국민의 권리를 침해해선 안 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미국 수정헌법 2조 (출처 : Cold dead hands)

 2012년 12월 코네티컷주 뉴타운 샌디훅 초등학교에서 20세 백인 남성이 총기를 난사해 1학년 학생 20명과 교사 6명 등 26명이 숨진 참사 이후, 21개의 주에서 새로운 총기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다. 코네티컷, 메릴랜드, 뉴욕주에서는 허가받지 않은 주민의 소총 구매를 금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21개 주에서 통과시킨 법안은 연방대법원이라는 암초에 의해 좌초되었다. 이미 2008년 연방대법원은 논란 끝에 수정헌법 2조가 전반적인 총기 소지의 권리 근거를 제공하며, 개인용 무기를 소지하는 데 까다로운 등록조건을 두어서는 안 된다고 판결을 내렸기 때문에 21개 주의 총기 규제 법안은 위헌 판정을 받았다.

 

미국 연방 대법원의 대법관은 종신제이며 2008년 대법관 구성은 보수 5명대 진보 4명이었으나, 2022년 현재는 6대3이기 때문에 앞으로 상당 기간 총기 규제에 찬성하는 연방 대법원의 판결은 기대할 수가 없다.

 

총기 규제 법안이 미국 상원을 통과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

미국 주별 총기 규제 현황 (출처 : BBC)

앞서 언급했듯이, NRA는 미국 공화당을 쥐고 흔드는 이익단체이다. 또한, 미국의 보수 성향이 강한 중남부 주들은 총기 규제에 대해 대부분 반대하고 있다. 따라서 총기 규제 관련 법안이 하원에서 통과된다고 해도 미국 상원에서 통과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공화당 상원의원 중 NRA에 대항하려는 의원이 없기 때문에 민주당은 상원의원 정족수 100명 중 법 통과 정족수인 60명을 확보해야 하는데, 올해 중간 선거에서 민주당은 상원 의석이 줄지 않으면 다행인 상황이다.

민주당이 상원 60석을 차지했던 것은 2008년이 마지막이다. (오바마 대통령 초기)


24일 롭 초등학교에서 사망한 4학년 같은 반 친구들 19명과 선생님 2명의 명복을 빕니다.

아울러, 미국에서건, 우크라이나에서건, 한국에서건 어린이들에 대한 어떠한 공격에 대해서도 반대하며, 발생하지 않기를 기원합니다. 미국 학교내 총기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총기규제 관련 이야기를 멀리 사는 우리도 들어 왔습니다. 이게 몇 번째인지.... 어떻게든 미국이 총기 규제를 할 수 있는 참신한 방법을 만들어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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