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0년간 중국이 경제적으로 발전해 왔기 때문에 세계 경제가 같이 성장할 수 있었고, 쌍둥이 적자(무역 적자 + 재정 적자)에 허덕이던 미국이 2004년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경제 위기에 빠졌을 때도, 2010년 그리스부터 시작되어 이탈리아 등으로 번진 유럽 국가들의 국가 부채 위기 확산 상황에서도, 중국이라는 또 다른 대형 시장이 버텨주지 않았다면 전 세계 경제, 특히 개발도상국들의 경제는 크게 타격을 받았을 것입니다.
중국 일대일로 해양굴기의 군사적 위협
하지만, 단순히 중국이 좋고 싫고를 떠나 중국의 군사 대국화와 군사력의 해외 진출 시도는 국제 사회에 심각한 위협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국제적인 안보는 정치학적인 용어로 "Status Quo(힘의 균형)"가 매우 중요합니다.
중국의 급격한 군사 대국화와 해외 진출은 국제 안보체제의 재편을 통한 힘의 재균형(Rebalancing) 과정이 필요한데, 중국은 그럴만한 동맹도 갖지 못한 상황에서 독자적인 군사력의 해외 진출만을 추진하고 있어, 미중 양 국 간의 분쟁이 조만간 필연적으로 미국 및 그 동맹들과 중국 간의 분쟁으로 확대될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태평양 연안의 안보 상황은 어느 정도까지 불안해질까요? 중국이 기존 동맹인 러시아나 북한과 함께 어느 수위까지 도발을 이어갈 수 있을까요?
누구도 자신 있게 전망할 수 없는 일이지만, 좋게좋게 봉합되기는 쉽지 않아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더욱이 미국과 호주가 솔로몬제도를 설득을 하든지, 정권을 바꾸든지 해서 주저앉히더라도 중국은 다른 빈곤 국가에 돈을 주면서 해군기지로 사용 가능한 항구를 계속 원할 것이니만큼 이러한 논쟁은 오랜 기간 계속될 것입니다.
국제 뉴스면에서 작게 다뤄진 "중국과 솔로몬제도의 안보협정 체결" 소식은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그리 중요하게 여길만한 소식은 아닐지 모르지만, 전 세계의 안보 측면에서는 매우 위협적인 뉴스라고 생각합니다.
인구가 70만 명이 채 안 되는 소국, 그러나 호주 대륙에 속하면서 미국의 괌이나 사이판과도 3000KM 안팎의 거리에 위치한 솔로몬제도가 중국과 안보협정을 체결했다는 것은 3가지 측면에서 국제 사회에 큰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1. 지금까지 중국의 해양굴기를 통한 군사력 확장이 인도양과 대서양을 대상으로만 진행됐는데, 인도양을 마무리하고 태평양으로 확장되었다.
2. 중국을 겨냥하기 위해 만든 미국의 태평양 동맹체 "쿼드(Quad ; 미국, 호주, 일본, 인도)" 멤버 중 미국을 제외하고 가장 선봉에서 중국을 견제하고 있는 호주에 대한 무력시위를 의미한다.
3. 솔로몬제도에 중국 해군 조차항이 생긴다는 것은 중국 해군의 태평양 진출을 적극 꺼려왔던 미국에 대한 실질적인 군사 도발을 의미한다.
위에서 언급한 3가지 항목을 좀 더 구제적으로 설명하겠습니다.
중국의 해양굴기 태평양으로 확장
중국은 일대일로 정책 중 소위 "진주 목걸이 전략"이라고 불리는 해양 확장 전략을 인도양을 중심으로 진행해 왔습니다.
중국의 해양굴기가 지금까지 "진주 목걸이 전략"이라고 불린 것은 단순히 임차한 항구들을 연결하면 진주 목걸이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입니다.
지금까지 인도양을 중심으로 유럽까지 안정적으로 해상 물류망을 구축하기 위해 가난한 나라들에게 항구를 지어주고 장기 임차하는 것에 집중하던 중국이 처음으로 군사력 확장 의도를 공식화한 것은, 지부티 오보크 항구의 해군기지 사용 계약을 추진하면서부터입니다. 하지만, 2015년을 전후하여 홍해는 소말리아 해적들이 수시로 출몰하면서 미국, 한국, 일본 등 모든 교역량 상위 국가들이 군함을 파견하던 시기라 중국의 해군기지 임차는 국제 사회로부터 별다른 반발을 사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키프로스까지 임차하여 유럽까지 해상 물류망을 완성한 이후에도 중국이 아프리카 국가들의 항구를 추가로 임차해 나가자 중국이 아프리카의 항구들을 군사적인 목적으로 이용하려는 속셈이 아닌가 의심하는 나라들이 늘어났고, 아니나 다를까 작년 12월 말 중국이 대서양에 면한 적도기니와 해군기지 임차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월스트리트 저널의 보도가 나오면서 중국의 해양굴기는 중국의 군사력 확장 의도였음이 명확해졌습니다.
====================
- 막간 상식 -
중국에서 2018년 만든 "홍해 행동"이라는 국뽕 영화가 있습니다. 해적 소탕을 위해 소말리아 아덴만에 배치되었던 중국 해군 특공대 교룡팀이 2015년 예멘 내전이 발발하자 아덴에서 중국인 및 기타 외국인을 도피시킨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인데, 중국 국방부가 자금을 지원했고, 역대 중국의 영화흥행순위 8위에 올라있습니다. (흥행 수익 약 36억 위안, 약 6,700억 원) 저도 재미있게 보긴 했지만, 너무너무 중국 스럽습니다.
====================
위의 '중국 진주 목걸이 전략 항구' 사진에서 보듯이 이미 중국은 인도양과 대서양의 아프리카 연안까지 20여 개 항구를 확보하고 있어, 인도양과 대서양에서의 해양굴기는 마무리 단계로 접어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중국은 곧바로 태평양으로 진출하기 위해 여러 국가들과 접촉했습니다. 애초에는 하와이와 가까운 남태평양의 키리바시와 항구조차 협정을 협상 중이라는 기사가 나온 적이 있었는데, 결국 안보협정을 체결하면 해군 파견 권리까지 얻을 수 있는 솔로몬제도와 먼저 손을 잡았습니다.
중국의 태평양 직접 진출은 오랜 숙원 사업이었습니다. 북한과 러시아, 중국의 국경이 맞닿아 있는 사진을 보면, 중국 입장에서는 안타깝게도 태평양에 직접 면해 있지 않습니다. 즉, 중국이 태평양으로 군함을 보내거나 태평양에 있는 군함의 정비가 필요하면 남중국해의 항구까지 돌아와야 하는 겁니다. 그래서 중국은 북한이 1991년 최초로 외국자본에 개방한 나진선봉 경제특구의 나진항을 장기 임차하여 태평양 직접 진출을 시도했습니다.
아주 오래된 이야기이지만, 중국이 나진항을 장기 임대했을 때, 중국 언론들은 넓고 넓은 태평양으로 "차항출해(항구를 빌려서 바다로 나간다)"에 성공했다는 기사를 매일같이 지면에 실었습니다. 그만큼 중국 입장에서 태평양에 면한 항구를 갖는 것은 중국 동북부 지역 발전과 군사적인 측면에서 큰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진항은 최적의 입지임에도 불구하고 북한 핵문제가 심각해질수록 국제 사회의 제재와 감시가 심해졌습니다. 또한, 나진항의 설계와 항만물류 시스템을 일본 기업이 건설했는데, 항만 이용 정보를 일본에서 열어볼 수 있는 점도 중국 입장에서는 불편했습니다. 즉, 애초에 중국이 북한으로부터 무역항으로 임차한 것이지만, 비밀스럽게 군사적 목적으로도 운영하고 싶은데 그것이 불가능해졌습니다. 그래서 청진항 추가 임차도 포기하고 다른 태평양 항구를 찾아 헤맨 것입니다.
호주에 대한 무력시위
중국이 태평양의 발판 항구로 장기 임차 계약에 성공했던 항구는 호주의 다윈항입니다.
호주의 노던준주(Northern Territory)는 면적이 135만㎢로 대한민국의 13배 이상이나 되는 대단히 넓은 주이지만, 인구라고는 겨우 25만여 명에 불과한 사막과 사바나 황무지 지대입니다.
이 노던 준주의 주도가 다윈시이며, 다윈항은 다윈시를 의미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노던준주 주정부는 2015년 중국과 99년간 조차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지역 개발을 위해 요청한 중앙정부의 재정 지원이 거부되자 노던준주 주정부는 외자 유치를 위해 중국과 접촉했고, 중국 군부 산하의 랜드브리지 그룹(Landbridge Group)에 7억 6,000만 호주달러(약 7천억 원)에 다윈항의 임차권을 판 것입니다.
계약 체결 당시는 중국과 호주의 관계가 그렇게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호주 정부도 계약에 동의했고 별다른 잡음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015년까지 다윈항의 주된 고객이었던 미국 해군이 호주에 안보 위협의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서면서, 호주 정부가 중국에 조차 계약 해지를 요구하기 시작했고, 호주와 중국이 관계가 크게 악화된 지난해 호주 정부가 다윈항 반환을 강하게 중국 정부에 요청했습니다.
이런 와중에 중국이 다윈항의 대체 항구로 솔로몬제도를 확보하면서, 단순 항구 임차 계약이 아니라 안보협정을 체결한 것은, 다윈항 문제로 틀어진 호주 정부에 대한 도발이자 무력시위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솔로몬제도는 분명 독립 국가이지만, 호주의 보호를 받는 위성 국가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솔로몬제도는 1978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후 지속되었던 내전을 호주의 개입으로 겨우 해결할 수 있었고, 지난해 발생한 반중 시위도 자신들이 직접 해산시키지 못해 호주의 경찰 병력 지원으로 진정시켰을 정도로 공권력의 힘이 미약합니다.
호주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앞바다에 중국이 해군 기지를 세운다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행위일 것입니다. 아마도 제 생각에는 호주가 1962년 미소 분쟁인 쿠바 사태를 떠올릴 수도 있을 듯합니다.
(쿠바 사태 : 1962년 10월, 소련과 쿠바가 안보협정을 맺고 핵미사일 기지를 쿠바에 건설하려 하여 미국이 쿠바 전 해역을 봉쇄하고 소련과 협상하여 마무리한 사건. 협상 기간 중 미국은 태평양을 향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하고, 소련은 쿠바 상공에서 미국의 정찰기와 전투기를 격추시키면서 미소 냉전 기간 중 가장 핵전쟁 발발에 가까웠던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과연 호주가 국제 평화를 위해서 순순히 솔로몬제도와 중국의 안보협약을 눈 감아 줄까요?
제 생각으로는 군사적인 실력 행사까지는 하지 않겠지만, 솔로몬제도의 현 정권이 순순히 말을 듣지 않는다면, 미국과 손잡고 솔로몬제도 정권을 교체하는 작업에 나서지 않을까 싶습니다.
미국에 대한 실질적인 군사 도발의 서막?
미국은 중국의 인도양에서의 해양굴기에 대해 지금까지 어느 정도 용인해 주었습니다. 물론, 대신 쿼드의 동맹국인 인도가 나서서 열심히 견제를 하기는 했지만, 지금까지 미국의 중국에 대한 군사적 안보 기본 태세는 남중국해와 인도양을 벗어나서 태평양에 진출하지 못하 더록 막는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를 모를 리 없는 중국이 미국의 대서양 맞은편에 위치한 적도기니에 해군기지 건설을 시도하고 있고, 이에 앞서 태평양의 솔로몬제도에 해군을 파견할 수 있는 안보협정을 맺음으로 해서 미국에 전면적인 도발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미국 입장에서 즉각적인 위협은 되지 않겠지만, 동부 해안 도시들은 적도기니에 있는 중국 군사기지의 공격 범위에 들어가고, 하와이는 솔로몬제도의 중국 군사기지로부터 위협을 받을 수도 있다는 상황 자체가 용납이 될 리가 없습니다. 미국의 보수주의자들은 중국의 포위망에 갇힐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들 겁니다.
또한, 무슨 일이든 처음이 중요합니다. 미국이 이번 솔로몬제도 사태를 용인한다면, 최악의 경우, 다음에는 중남미의 가난한 나라 중 한 곳이 자신들의 항구를 중국에 비싸게 장기 임대해 줄 수도 있습니다. 솔로몬제도를 그냥 방치한다면, 선례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그때 가서 중남미 국가들을 막아서기도 어렵습니다.
전 세계 국가가 해외에 설치한 군사기지의 약 95%가 미군 기지라고 합니다. 미국은 전 세계 80여 개국에 약 750여 곳의 기지를 운영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지금까지 미국은 세계의 경찰 임무를 자임해 왔고 대다수의 국가들이 이에 동조했기 때문에 그게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자신들도 세계의 경찰 임무를 분담하고 싶은 모양입니다. 그런데, 별로 동조해 주는 나라가 없습니다. 중국은 경찰 임무를 떠맡기기에는 너무 신뢰가 가지 않습니다. 정부를 비판하는 국민들을 쥐도 새도 모르게 잡아가서 감금하는 국가가, 빈곤 국가에 경제 협력을 하자며 조약을 체결하고 막대한 부채를 떠안기는 국가가 경찰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 리가 없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세상 모두가 아는데, 중국과 러시아, 북한 등 극히 일부 국가들만 모르고 있습니다.
'빈씨 아재의 이야기 바구니 > 다른 나라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국의 중국 하이크비전 제재가 중국 AI 기업들 제재로 이어질까 (0) | 2024.02.20 |
---|---|
미국 의회, 50년 만에 UFO 청문회 개최 (2) | 2024.02.20 |
러시아의 핵무기 전력, 보유량은 어느 정도인가? (0) | 2023.05.18 |
중국 대도시의 등록 인구수와 실거주 인구수 차이의 원인, 호구제도(호적제도)와 농민공 (0) | 2023.05.16 |
중국의 제 1선, 2선, 3선 도시는 무엇? 행정구역과 별개 ? (0) | 2023.05.1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