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시의 등록 인구 대비 거주 인구가 1천만 명이 많은 이유?
한마디로 말해서 '본인이 원한다고 호적을 원하는 곳으로 옮길 수 없다.'라는 점이 동일합니다.(물론 한국도 제도가 개선되면서 폐지되기 전에는 옮길 수 있게 되었고, 중국도 지금은 인구 300만 명 이하의 도시로는 이동이 가능하도록 개선되었습니다.)
중국의 호구제도는 과거에 우리나라에서 실시하던 "호적제도"와 매우 흡사합니다.
중국인들이 보통 의무적으로 신고하여 발급받아야 하는 신분증은 3가지입니다. (여권이나 운전면허증은 의무적으로 받는 것이 아니므로 해당 없음)
* 호구부, 거주신분증, 거주증
중국의 호구부
- 중국의 호구증은 지금의 한국으로 말하면 가족관계증명서입니다. (한국에서 호적제도가 없어지고 생긴 것이 가족관계증명서이므로...) 중국에서 사람이 태어나면 출생 신고와 함께 호구증에 이름을 올리게 됩니다. 호구증은 기본 신분증이지만 가지고 다닐 필요도 없고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호구를 옮기기는 쉽지 않습니다.
중국의 거주신분증
- 중국에서 보통 신분증이라고 하면 아래의 "거주신분증"을 말하고, 가장 기본이자 중요한 신분증이며, 우리나라의 주민등록증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우리나라의 주민등록번호에 해당하는 18자리의 공민신분번호가 핵심이며, 우리의 주민등록번호처럼 출생지, 성별 등의 다양한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이 거주신분증은 법적으로 중국인이 만 16살이 되기 전에 의무적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문제는 고향을 떠나 살다가도 신분증 갱신 기간이 도래하면 반드시 고향(정확히는 호구부 등록 지역의 관청)으로 돌아가서 갱신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상해에서 근무할 때도 조선족 직원들이 어느 날 신분증 갱신해야 해서 길림성, 흑룡강성을 다녀와야 한다고 일주일씩 휴가를 내고 다녀오는 모습을 보고, 내심 황당해했었는데,알고 보니 제도가 그렇더라고요.
* 거주신분증 유효기간
- 16세 미만 : 5년
- 16세~25세: 10년
- 26세~45세: 20년
- 46세 이상: 영구
3. 거주증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경우 반드시 해당 지역 관청에 신고하여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쉽게 말해서 해당 지방시 정부에서 내주는 거주허가증입니다. 거주증은 법적으로 매년 갱신 신고를 하고 재발급받아야 해서 공기업이나 대기업, 중소기업 사무직 종사자들은 발급받지만, 식당 종업원들, 공장 단순노동자들, 일용직 종사자 등은 잦은 이직이 발생하고 그때마다 변경 신고하기도 귀찮고, 없어도 별로 불편함이 없기 때문에 거주증 없이 지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제 좀 대도시들의 등록 인구와 실거주 인구의 차이가 많이 나는 이유를 아시겠지요?
중국의 인구조사는 중화인민공화국 국무원령에 따라 호구를 기본으로 전수 조사를 하도록 되어 있어, 호구를 기준으로 거주신분증이 변경된 국민을 차감한 수치가 거의 반영된다고 합니다. 거주증은 매년 갱신하는 임시 거주 허가서의 성격이 강하여 인구조사 시에 반영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상해의 한인타운에 가보면, 메이투안이나 으어러머 같은 배달 앱의 배달원이나 한국 식당에서 일하는 종업원들의 대부분이 농촌에서 올라온 농민공(농촌 출신 도시 저소득 노동자)들이고, 이들 대부분은 거주증 신고 안 하고 일합니다. 중국국가통계국의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대도시에서 일하는 농민공들의 수는 약 2억 9천만여 명입니다.
여담이지만, 상해 푸서 지역은 식당 종업원들과 배달원들 중 안후이성 출신 농민공들이 절반을 훌쩍 넘는다고 합니다. 안후이성은 중국의 대표적인 밀 생산지입니다. 안후이성 출신 농민공들 얘기로는 안후이성의 농촌 지역에서 벌 수 있는 월급보다 상해 식당 종업원 월급이 2.5배~3배가 높기 때문에 안후이성 농촌 지역 젊은이들은 중학교만 졸업하면 지인들이 먼저 자리를 잡고 있는 상해로 앞다퉈 몰려온다고 하더군요.
(또 다른 중국 지인 얘기로는 2010년대 중반에 1년 이상 갱신한 거주증 소지자를 인구조사 반영하는 것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고 하는데, 대도시와 농촌지역의 반대가 더 많았다고 들었습니다. 참고로 거주증 현황은 중앙 정부가 농촌 지역에 대한 교부세를 산정할 때 일정 부분 반영된다고 합니다. 대도시에서 걷은 세금의 일부를 해당 대도시에서 일하는 농민공이 많은 성의 농촌 지역에 배부하는 거죠.)
이러한 중국의 호구제도는 중국 공산당의 중공업 우선 정책으로 인하여 농촌지역의 인구가 대도시로 급속히 이주하여 농촌 공동화가 발생하기 시작한 1958년 시작되었습니다. 강제로 물리적인 이사를 못하게 할 수는 없으니, 호적이라도 남겨 놓고 가라는 겁니다.
이러한 호구제도는 단순히 불편함 만이 아니라 많은 문제점을 발생시켰습니다. 중국의 공공 교육, 의료보험, 복지제도는 모두 이 호구제도를 기반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타지에 호구를 두고 있는 사람이 대도시에 와서 아무리 오래 살았어도 대학 진학이나 의료보험 혜택에 있어 현지인들에 비해 불리합니다. 사실상 출생지에 따른 차별이죠.
글이 너무 길어질 수도 있으니까, 교육과 의료보험만 간단하게 설명드리겠습니다. 중국은 고등학교까지 의무 교육이고 대학교는 경쟁 체제이지만, 대입시험인 "가오카오(高考)" 문제 출제나 관리는 해당 대학교가 소재한 지방 정부에서 하기 때문에 외지 학생들의 진학률이 현저하게 낮은 것이 사실입니다. 중앙정부는 중국 내에서 평가 순위가 높고 인기 있는 대학들의 입학 정원과 지역별 입학 쿼터 기준을 정해 줍니다, (하긴 한국도 서울대는 서울에서 압도적으로 많이 가고, 정부가 농촌지역 특별전형을 강제하고 있으니, 비슷하네요.)
중국의 의료보험은 한국과 많이 다릅니다. 2018년 이전에는 농촌지역 의료보험, 국유기업 종사자 의료보험, 각종 기관 및 사업체 종사자 대상 의료보험으로 각각 다르게 운영되었고, 이 중 농촌지역 의료보험은 재원 부족으로 있으나 마나 한 수준이었다고 합니다. 그나마 2018년에 도시와 농촌 지역 통합 의료보험이 생기면서 많이 좋아졌다고 합니다만, 모든 병원 치료가 대상이 아닌 데다가 매년 1인당 정부 지원 금액 제한도 있어서 농촌 지역의 벌이가 많지 않은 사람들은 매월 내야 하는 보험금 납부를 기피하여 혜택을 못 받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합니다.
중국도 이러한 호구 제도 문제 해결을 위하여 지속적인 제도 개선을 하고 있습니다. 향후 중국 인구 증가가 정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자 2007년부터 대도시들이 앞장서서 농민공의 도시민화를 추진하였으며, 2012년에 인구 100만 명 이하의 도시들은 같은 성 안에서 이주한 농민공들의 호구를 가져올 수 있게 되었고, 2019년에는 인구 300만 명 이하의 도시들까지 호구제도를 지방정부의 결정에 따라 제한 없이 철폐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인구 500만 명 이하 도시들 역시 타지 출신이지만 해당 도시의 대학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에 대해서는 호구 이전 신청이 가능하도록 하여 심사 후 허가해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인구 500만 명 이상의 도시들에 대해서는 호구제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자, 이 긴 글도 마지막입니다.
그럼, 농촌 출신 중국인들은 베이징이나 상해의 도시민이 될 수 없느냐? 그건 아닙니다. 호구제도는 포인트제도를 적용하고 있어서 높은 포인트를 획득하면 베이징이나 상해로 호구를 옮길 수 있습니다. 어떻게 포인트를 쌓는지는 중국인들도 잘 모르는 내용이라 자세히는 알 수 없으나,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 "군 복무"입니다.
중국은 헌법에 "의무복무제"를 규정하고 있습니다만, 농촌 지역에는 군대에 가고 싶어 하는 청년들이 너무 많아서 인민해방군을 모병제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중국에는 "머리가 터질 만큼 군대에 가고 싶다."라는 말이 있을 만큼 군대에 가려는 젊은이들이 많습니다.) 중국 청년들이 군대에 가려고 하는 이유는 대도시로 호구를 옮길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점과 제대 후 공무원 시험에 유리하고, 공무원이 못 돼도 정부에서 직업 교육과 직업 알선까지 해 주기 때문입니다. 지원을 하여 군대에 갈 경우 3년을 복무해야 하는데, 위험하고 힘든 곳에서 근무할수록, 근무 평가가 우수할수록 높은 포인트를 획득하여 더 큰 도시로 호구를 옮길 수 있습니다.
중국 대도시들의 공식 인구와 실거주 인구의 차이가 많이 발생하는 이유를 설명하다 보니 호구제도, 신분증 얘기를 거쳐 대학입시, 의료보험, 군 복무까지 왔네요. 길고 두서없이 쓴 글이지만, 여러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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