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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씨 아재의 이야기 바구니/다른 나라 이야기

세계를 점령한 일본 망가(만화), 일본을 점령한 한국 웹툰

by 공릉 2022. 4.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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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문화콘텐츠산업에 대해 이야기를 늘어놓을 때, 반드시 언급해야 하는 분야가 있다면 당연히 "망가"이다. ('망가'는 일본어로 '만화'를 뜻하는데, 전 세계적으로 일본 만화를 지칭하는 고유명사가 됐다.) 일본의 망가 시장은 전 세계 만화(Comic books and Graphic Novel) 시장의 1/3 정도를 차지하며, 일본을 제외한 전 세계 만화 시장에서 일본의 망가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50% 안팎의 점유율을 달성하고 있다.
하지만 전 세계 만화 시장에서 망가의 아성에 맞서 새롭게 시장을 넓혀 가고 있는 용감한 후발 주자가 있으니, 바로 한국의 웹툰이다. 한국의 웹툰은 망가의 고향인 일본에서 라인망가(네이버)와 피코마(카카오) 투 톱이 웹툰 시장을 양 분하면서 시장을 키워나가고 있다.


안녕하세요, 빈씨 아재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일본의 망가 시장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볼 생각이었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제가 예전에 일본 망가를 좋아했고, 아직도 제패니메이션을 즐겨 보기 때문입니다. ^____^;;;;)
그러다가, 문득 네이버 웹툰이 동남아와 일본 시장을 석권하고 지난해 미국까지 진출했다는 기사가 떠올랐습니다. "근데, 한국 웹툰이 망가를 이겼다고? 어떻게 성공했지?" 이런 의문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이번 포스팅에서는 일본 망가 시장에 대해 개괄적으로 리뷰해 보고 한국 웹툰 얘기도 좀 해보려고 합니다.

일본 만화

일본 망가의 시장 규모

▶일본의 공익사단법인 일본출판인협회에서 발표한 2021년 일본 만화출판산업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 일본의 망가 시장 전체 규모는 6,759억 엔(약 55억 달러)에 달하며,
  •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2년 연속 크게 성장하여 일본 전체 출판 시장의 40%를 달성하였습니다.
  • 이 중 망가 단행본 시장은 2,087억 엔(약 17억 달러),
  • 망가 잡지 시장은 558억 엔(약 4.5억 달러)을 기록하여 전년 대비 거의 같거나, 하락한 것에 비해,
  • 디지털 망가 시장은 2년 연속 급성장하여 전년대비 20.3% 증가한 4,114억 엔(약 33억 달러)의 시장을 형성하였습니다.

한국의 경우, 현재 출판 만화가 거의 없으므로, 웹툰 시장 규모만 살펴 보면, 2021년 약 1조 538억 원(약 8.7억 달러)으로 일본의 망가 시장에 비해 1/6도 채 되지 않습니다.

한일 만화 및 웹툰 시장 비교 (출처 : TORJA)

일본의 망가는

  • 유럽 만화 시장 중 가장 규모가 큰 프랑스 시장(약 6.5억 달러)에서도 2021년 만화 출판물 시장의 47.5%를 차지하고 있고,
  • 디지털 만화 시장에서는 50%를 넘는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 유럽 전체 시장에서도 50% 안팎을 점유하고 있습니다.
  •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의 웹툰 시장 역시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급성장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도 안 되는 미미한 상태입니다.

또한, 미국의 경우에도

  • DC와 마블의 획일적인 히어로물에 싫증을 느낀 청소년 층을 중심으로 일본 망가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 미국의 미디어 뉴스 웹사이트 ICv2가 추산한 미국과 캐나다를 포함한 2021년 북미 전체 만화 시장은 약 13억 달러에 달한다고 합니다. (음, 솔직히 제 개인적인 감으로는 프랑스의 2배 규모나 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미국의 만화 시장은 서브 컬처 시장 중에서도 그리 주목 받지 못하는 시장이라서 제대로 집계해 줄 만한 협회나 기관이 없습니다.)
  • 아직까지 미국 만화 시장 구조 역시, 유렵 시장과 마찬가지로, 출판물 시장이 90% 정도를 차지하고 있고, 웹툰 시장은 이제 걸음마를 뗀 수준입니다.
  • 미국 시장에서 정확한 망가의 시장 비중은 발표된 것이 없습니다. 따라서 미국내 단행본 판매 부수로 망가의 점유율을 추정해 보면, 약 33%가량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적어도 단행본 시장에서는 DC나 마블보다 일본 망가의 점유율이 월등하게 높아 보입니다.

(주 : 2021년 미국에서 판매된 전체 만화책은 약 1억 2,500만 부 추정. 이중 단행본(Graphic Novel) 비중 약 60%, 코믹북(Comic books ; 20 ~ 40 페이지 정도로 짧게 이어가는 잡지 형태의 만화책) 비중 30%, 디지털 10%. 2021년 북미 전체 단행본 판매 부수 7500만 부 대비 ICv2 집계 망가의 단행본 판매 부수 2440만 부로 계산)

체인소맨 덴지, 나의 히어로아카테미야 데쿠, 귀멸의 칼날 탄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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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간 상식 -

1. 일본 망가 업계도 불법 망가 사이트들때문에 항상 골치를 썩히고 있다. 전 세계에서 운영되고 있는 불법 망가 사이트는 2만 개가 넘고 이로 인해 발생한 2020년 손실 추정액이 1조 엔(약 80억 달러)을 넘는다는 것이 일본 망가 업계의 주장이다. 일본 전체 망가 시장보다 규모가 더 크다.
2.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만화책으로 기네스북에는 일본 망가 원피스(3억 2천만 권)가 올라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슈퍼맨(6억 권)이나 배트맨(4억 6천만 권), 스파이더맨(3억 6천만 권)이 훨씬 더 많이 팔렸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차이는 코믹북까지 포함하느냐 마느냐의 차이로 발생하는 문제이기도 하면서, 미국에서 제대로 집계를 안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라인 망가(네이버)의 일본 웹툰 시장 선점

앞서 언급했듯이 일본의 웹툰 시장은 라인망가(네이버)와 피코마(카카오)가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하면서 웹툰 시장 자체를 키워나가고 있습니다. 너무 빠른 시장 성장세에 당황한 일본의 망가 회사들은 아직까지도 웹툰 시장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다소 무시하는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망가 콘텐츠의 질이 한국의 웹툰보다 우월한 만큼 빨리 대책을 마련해서 시장을 되찾아 와야 한다는 반성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라인망가 로고

라인망가는

일본의 1위 메신저인 '라인'을 기반으로 하여 2013년 3월에 일본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 네이버웹툰이 2004년 7월부터 한국에서 서비스하며 쌓아놓은 한국 웹툰을 번역하여 서비스를 시작했기 때문에 초기에는 보유 작품 수도 적은 데다가 초기 시장 반응도 그리 좋지 않아서 일본의 망가 업계에서도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 또한 일본의 망가 업계는 망가 구독자들이 망가를 책으로 주로 읽고, PC나 태블릿(주로 아마존 킨들)으로 볼 때는 E-book을 구매하고 있었기 때문에 굳이 웹툰에 투자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일본의 3대 망가 출판사인 쇼가쿠칸, 고단샤, 슈에이샤 등은 웹툰을 접해 본 독자들이 '웹툰이 망가에 비해 재미없고 작화가 조잡하다'는 의견이 많다며, 기존 망가 출판물의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망가 앱에 집중했습니다.

코미코

이러한 일본 망가 업계의 방심은 비슷한 시기에 일본에 진출한 NHN 계열의 코미코가 무료로 웹툰 서비스를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젊은 망가 작가들에게 선금까지 주면서 작품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점점 더 웹툰 서비스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으로 변해 갔습니다.

치즈인더트랩 일본판 단행본 표지

아이폰의 등장

하지만, 2013년에는 이미 일본에서 아이폰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보편화된 시기입니다.

  • 전철에서 책이나 잡지(주로 망가)를 보며 출퇴근하던 일본인들의 수가 점점 줄어들고,
  • 점차 책 대신 아이폰을 꺼내서 인터넷 기사나 웹소설을 읽는 사람들이 많아지던 시기였음을 일본 망가 업계는 간과했습니다.
  • 그리고, 일본 망가 업계는 보유 편수가 너무 많아 팬들을 배려한다는 이유로 망가 앱을 장르별로 따로따로 내놓고 있었던 상황도 라인망가에게는 좋은 기회로 다가왔습니다. 예를 들어, 열혈소년망가와 소녀망가를 하나의 앱으로 볼 수가 없도록 한 것입니다.
  • 이러한 불편함은 독자들로 하여금 다소 재미가 없고, 작화가 떨어지더라도 대중 교통 이용 중에 폰으로, 싼 값에, 가볍게, 다양한 웹툰을 볼 수 있는 라인망가로 모여들도록 만들었습니다.
  • 그리고, 초기에는 망가보다 수준이 낮다고 무시하던 독자들도 '노블레스', '치즈인더트랩', '신의 탑' 등의 작품들에 빠져들기 시작했고 라인망가의 성공으로 이어졌습니다.


- 사족 -

그리고, 이건 순전히 제 생각인데, 이 시기는 2012년 9월 일본이 다오위다오(중국명) = 센가쿠 열도(일본명)를 국유화하면서 중국 내에서 반일 감정이 엄청 났던 때입니다. 중국 거의 모든 주요 도시들에서 일본 자동차를 불태웠고 일본 회사들 건물은 공격을 받았습니다. 또한, 한국에 한한령이 내려졌던 것처럼 일본의 드라마나 영화도 모두 중국에서 사라졌습니다. 아마도 당시 일본의 메이저 망가 출판사들의 최대 관심은 출혈을 각오하고 키워 온 중국시장을 사수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일본은 중국의 아이치이나 텅쉰(텐센트), 요우쿠, 투도우 등의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에 수 년 간 거의 무료로 에니메를 제공하고 프로모션을 진행하여, '드래곤볼, 블리치, 나루토, 원피스' 등의 작품들은 네 개 플랫폼을 모두 합치면 편당 5천만 뷰 이상을 찍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부분 유료화에 대한 논의도 제대로 못 해보고 중국 시장에서 쫓겨나지 않기 위해, 현지의 에니메이션 제작사들이나 영화사들과 합작사를 세우는 방식으로 생존 전략을 짜던 시기였습니다. 아마도 시장이 제대로 열리지도 않았던 자국 내 웹툰 시장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2020년 한국 웹툰 일본 시장 점유율(출처 : 코리아이코노믹데일리)

피코마(카카오)의 웹툰 시장 1위 등극

카카오는 한국에서 카카오페이지를 통해서 2013년 4월 웹툰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카카오가 웹툰 서비스를 시작했을 당시 이미 한국 웹툰 시장은 네이버웹툰이 독주하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후발 주자인 카카오는 고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카카오는 독자들의 반응이 더 좋았던 웹소설을 띄우기 위해 일정 시간이 지나면 무료로 볼 수 있는 정책을 웹소설에 도입했고, 이러한 마케팅 방법이 큰 호응을 얻자 웹툰에도 도입해서 국내 시장에서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2016년 4월 일본 웹툰 시장에 뛰어들어 기다리면 무료 방식으로 시장에서 성공했습니다.

피코마 로고

물론 피코마가 단순히 기다리면 무료로 웹툰을 보게 해서 성공한 것은 아닙니다. 피코마의 일본 웹툰 시장 성공 비결을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아래와 같습니다.

- 기다리면 무료 시스템 : 이용자가 콘텐츠 열람 후 일정 시간을 기다리면 다음 한 편을 무료로 볼 수 있게 해주는 시스템으로, 이용자는 모든 콘텐츠를 무료로 보기 위해 기다리거나 단번에 보기 위해 이용권을 구매하게 됩니다. 내가 읽고 싶은 웹툰이 100편짜리이면, 하루에 한 편씩 99일을 참고 기다리면 전부 볼 수 있습니다만, 보통 50편을 넘어가면 나머지 50편은 이용권을 구매해서 읽는다고 합니다.
- 개개인 맞춤형 매칭 쿠폰 시스템 : 개개인의 웹툰 이용 성향에 따라, 특정 웹툰 고객이 해당 웹툰의 후속회를 더이상 보지 않을 경우 맞춤형 쿠폰을 제공하여 고객을 다시 불러오는 시스템입니다. 피코마의 발표에 따르면, 맞춤형 매칭 쿠폰의 사용률은 50%에 가깝고 이로 인한 추가 매출 발생 비율은 10%를 상회한다고 합니다.
- 웹툰 세로 읽기 방식 도입 : 한국에서 웹툰은 세로로, 위에서 아래로 읽는 것이 당연합니다. 하지만, 피코마가 일본에 진출할 당시에는, 라인망가조차도 웹툰은 만화책처럼 가로로 읽고 다시 아래 맞은편으로 이동해서 가로로 읽는, 한 마디로 스마트폰에는 맞지 않는, 매우 번거로운 방식이었습니다. 스마트폰에 푹 빠져 있는 일본의 10대, 20대가 피코마에서 웹툰을 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선택이었습니다.

나 혼자만 레벨업 (출처 : 피코마)

이러한 탁월한 전술로 피코마는 2020년 9월 고작 6, 7만여 건의 웹툰 보유량을 가지고, 웹툰 보유 건수 43만여 건의 라인망가를 앞지르게 되었습니다.


일본의 젊은 웹툰 작가들

일본에서 웹툰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젊은 만화가들이나 라노베(라이트노벨의 일본식 줄임말) 작가 지망생들이 웹툰 작가로 전향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망가가 히트를 쳤을 때 기존 일본 만화 출판사들이 과도하게 가져가던 2차 시장의 판권을 웹툰 업체들이 더 원작자들에게 유리하게 배분하고 있어 이러한 현상은 가속화될 전망입니다. 일각에서는 일본 라노베 시장의 빠른 시장 침체의 원인 중 하나가 이세계 전생물의 유행에 올라타지 못한, 올라타지 않은 라노베 작가 지망생들이 웹툰 스토리 작가로 돌아서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한국에서 '신과 함께'나 '이태원클라쓰' 등의 웹툰이 2차 시장인 영화나 드라마로도 성공하고 젊은 웹툰 작가들의 수입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은, 일본의 젊은 작가들에게 좋은 동기 부여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일본에서도 일본 작가의 웹툰이 크게 성공하고, 그 성공스토리가 언론에 회자되는 일이 흔해 질 것입니다. 또한 일본에서 원피스 같은 대작이 웹툰을 통해 히트를 친다면 출판 만화보다 훨씬 빠르게 전 세계 독자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고, 그 파급력도 훨씬 클 것입니다.

다른 건 모르겠고, 네이버와 카카오는 웹툰이라는 세계를 정복할 수 있는 아이템을 손에 넣는 탁월한 혜안을 증명했습니다. 얘네들 주식을 사야겠네요. ^^


감사합니다.

2020년 2021년 전세계 최고 히트작, 귀멸의 칼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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