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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씨 아재의 이야기 바구니/다른 나라 이야기

미국 내 아시아계 인종에 대한 증오 범죄와 그 차별의 역사

by 공릉 2022. 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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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3월 16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골드 스파와 다른 지역 스파 2곳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해 아시아계 여성 6명을 포함해 8명이 사망했다. (한국 국적자 1명을 포함하여 한국계 4명) 이 사건을 계기로 아시아계 미국인들, 특히 여성들에 대한 미국 내 증오 범죄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내 뿌리 깊은 인종 차별의 폭력은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이라는 촉매제를 통해 더욱 확산세를 더하고 있으며, 트럼프라는 희석제를 통해 더욱 죄의식을 잃어가고 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증오 범죄를 "인종, 종교, 장애, 성적 지향, 민족성, 성별 또는 성 정체성에 대한 범죄자의 편견에 의해 동기 부여되는 개인 또는 재산에 대한 범죄"로 정의합니다.


2021년 3배나 증가한 미국 내 아시아계 인종에 대한 증오 범죄와 그 차별의 역사


안녕하세요, 빈씨 아재입니다.

코로나 이후 늘어나는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증오범죄

지난 2월 27일, 미국 뉴욕에서 아시아계 여성을 겨냥한 연쇄 폭행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 오후 6시 30분부터 8시 30분까지 2시간 사이 발생한 이 폭행 사건은
  • 피해자만 7명, 모두 아시아계 여성이었습니다.
  • 20대 금발의 백인 남성 용의자는 장소를 옮겨가며 범행 대상을 물색했고,
  • 각기 다른 장소에서 19~57세 사이 아시아계 여성 7명을 폭행한 후 달아났습니다.

다행히 흉기를 사용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중상을 입은 피해자는 없었지만, 코로나19가 미국에 상륙한 이후 급증하고 있는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인종차별, 증오 범죄가 2022년에도 크게 우려해야만 하는 상황임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주고 있습니다.
이 폭행 사건의 경우, 용의자가 체포 후 줄곧 묵비권을 행사 중이라 범행 동기는 아직 불분명하지만, 뉴욕주는 피해자가 모두 아시아계 여성인 점을 고려해 이번 사건을 증오 범죄로 규정하고, 증오 범죄 폭행, 증오 범죄 미수, 성희롱 등 7개 혐의로 가해자를 기소했습니다.

2월 27일 뉴욕시 아시아계 여성 7명 폭행 사건 용의자 (출처 : NYPD)

증오 범죄 최다 발생 도시 로스앤젤레스, 뉴욕 (아시아계,  흑인, 유대계, 성소수자 등에 대한 모든 증오 범죄 포함)

캘리포니아 주립 대학의 증오 및 극단주의 연구 센터( the Center for the Study of Hate & Extremism at California State University)는 2000년대 미국의 대표적인 도시들, 뉴욕,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휴스턴, 댈러스, 덴버, 루이빌을 비롯한 16개 대도시에서 발생한 증오 범죄를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로스앤젤레스와 뉴욕이 각각 "21세기 미국의 모든 도시" 중 1위와 2위에 해당하는 증오 범죄 발생 도시였으며, 증오 범죄 중 아시아계 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증오 범죄 신고 건수는 코로나19가 미국에 상륙한 2019년 이후 기록적인 폭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아시아계 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증오 범죄 신고 건수는 2020년(1,492건) 대비 2021년(2,0150건)에 342% 급증하여 2년 연속 큰 폭으로 상승했습니다. (2020년 149% 증가)


- 참고자료 -
2020년 미국 연방수사국(FBI)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반 아시아 혐오 범죄는 2019년 158건에서 2020년 279건으로 77% 증가했다. (수치가 많이 차이 나는 것은 911 전체 신고 건수와 법무부 정식 사건 수사 건수의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

아시아계 대상 증오 범죄, 캐나다에서도 증가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인종차별을 추적하는 비영리단체 'Stop AAPI(Asian American & Pacific Islanders) Hate'에 따르면 2020년 3월 19일부터 지난해 말까지 이 단체에 보고된 아시아인 대상 증오범죄는 총 1만 905건에 달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캐나다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캐나다 통계청은 지난해 상반기에 2020년 전국 경찰에 신고된 증오 범죄 가운데 아시아인을 노린 범죄가 269건으로 전년(67건)보다 301% 증가했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출처 : VOA(Voice of America)

증오 범죄 범인을 두둔하는 미국 경찰

미국에 살고 있는 아시아계 미국인들에게 작년 3월 발생한 아틀랜타 총격 사건은 매우 큰 충격과 함께 좌절감을 느끼게 했습니다. 애틀란타 경찰은, 범인이 중국인들을 모두 죽여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는 사건 당시 목격자의 진술을 확보했음에도, 다음날 붙잡힌 21세의 백인 범인에 대한 최초 사건 보고서에서 '그가 성중독에 따른 충동적인 범행을 저질렀다'라고 적시했을 뿐, 증오 범죄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애틀랜타 경찰청장은 백인 범인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언론사 브리핑 중에 날려 아시아계 미국인들을 더욱 분노하게 만들었습니다. "Yesterday was a really bad day for him" (어제는 그에게 정말 나쁜? 재수 없는? 날이었다 ;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뉘앙스가 많이 다르죠.)

애틀란타 경찰 청장 회견 모습 (출처 :더 가디언 영상 뉴스 화면 캡처)

사건 이후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인종 혐오 범죄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희생자를 애도하기 위해 하루 동안 조기를 게양할 것을 명하였으며,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보호를 위한 법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발표 했으나,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분노는 쉽게 잠잠해지지 않았습니다. ('아시아계 증오 범죄 방지 법안'은 2021년 5월 1일 발효되었음)
결국, 애틀랜타를 관할하는 조지아주 풀턴 카운티 대배심이 사건 용의자 로버트 에런 롱이 인종, 출신국, 성별 때문에 아시아계 여성들을 겨냥했다며, 살인과 국내 테러리즘, 증오범죄 등의 혐의를 적용해 기소하고 사형을 구형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이 사건은 잠잠해졌습니다.

▶미국 경찰이 아시아계 미국인 대상 증오범죄에 소극적인 이유

그렇다면, 총 8명 중 6명의 아시아계 여성들을 죽인 범인조차도 증오 범죄자로 취급하지 않으려고 하는 미국 경찰과 주 검찰은 왜 이렇게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미국내 AAPI 보호 시위 현장 (출처 : 로이터 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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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이유는 오 범죄 혐의로 기소하려면 범죄행위와 입증 가능한 동기가 모두 필요한데, 입증 가능한 증오 범죄에 대한 증거 수집이 매우 어렵다는 점입니다. 미국 법정에서는 단순히 목격자 한 두 명의 증언만으로 범죄의 동기를 인정하지 않고, 물질적인 증거를 요구합니다. 증오 범죄의 경우, 적어도 범인 본인이 인정을 하거나, 범인이 남겨놓은 인종 차별에 대한 흔적(일기나 SNS 등)을 찾아내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때문에 많은 지방 검사들이 자신의 경력에 흠집이 갈 수 있는, 재판에서 이기기 힘든, 증오 범죄 혐의 기소를 시도조차 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입니다.

- 막간 상식 -
미국은 연방 국가이다. 즉, 각 주는 헌법 수호권, 외교권, 최고 사법권만을 연방 정부에 위임하고, 주 방위군이라는 군대까지 가지고 있는 하나의 자치 국가이다. 각 주의 검사장은 주민들의 직선으로 선출한다. 지방 검사들의 대부분은 검사장이 되거나 굴지의 변호사 회사(로펌)로의 영전을 목표로 삼아 일하는데, 재판의 승률은 검사장이 되기 위해서도, 로펌에 들어가기 위해서도 가장 중요한 요건이다. (각 주의 검사장은 주민 직접 선거로 선출한다.)

미국은 법무부 = 연방 검찰

두번째 이유아시아계에 대한 미국 백인들이나 흑인들의 차별 의식이 그만큼 뿌리 깊고,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는 점입니다. 또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는 중국에서 왔고 그렇기 때문에 중국을 비난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어조를 계속 사용하면서, 평소 아시아계 미국인들을 싫어하던 다른 인종의 미국인들이 아시아계 미국인들에 대한 공격을 정당방위라고 착각하도록 만들었습니다. 트럼프는 한마디로 미국 단결의 구멍, 분열의 심장입니다.

트럼프의 한마디가 인종차별 부추겨(출처 : 알 자지라 통신 뉴스 캡처)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미국의 서부개척시대에 동부에서 서부까지 대륙횡단 열차의 선로를 놓기 위하여 많은 중국인들이 미국으로 이주한 것이 그 시초입니다. 중국인들의 피눈물 나는 미국 이주 기록을 잠시 알아보겠습니다.
중국 이민자들이 당한 인종 차별의 역사가 현재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당하고 있는 증오 범죄의 시작점입니다.


▶중국 이민자들의 미국 이주 기록

 

-중국은 청나라 말기 인구의 급격한 증가로 해외 이주가 시작 되었습니다.

  • 중국은 18세기 초반만 해도 전체 인구가 1억 명 정도 였는데,
  • 18세기 말에는 3억 명까지 인구가 급증하면서 일자리 부족이 심각해졌고,
  • 1839년 아편 전쟁이 일어나자 많은 중국인들이 해외로 이주하기 시작했습니다.

- 중국인의 미국 이민사는 1850년대 골드 러시, 즉 캘리포니아에서 금광이 발견되었던 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 1848년 시에라 네바다 산맥의 콜로마(Coloma)에서 금이 발견되자,
  • 미국은 물론 세계 각국에서 일확천금을 꿈꾸는 이들이 캘리포니아로 몰려들며,
  • 본격적인 서부 개척 시대가 시작되었으며, 중국인들도 이때 캘리포니아로 이주를 시작했습니다.

- 1860년대에는 동부에서 서부를 잇는 대륙횡단철도 건설로 인해 노동력 수요가 증가하면서 중국인 이민자가 급증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 1848년 3명으로 시작한 중국인의 미국 이주는
  • 1851년 2,716명,
  • 1870년 6만 3,199명,
  • 1880년 10만 5,465명으로 급속하게 증가했습니다.

- 하지만, 미국의 무리한 중국인 반강제 이민 정책은 많은 희생을 치르기도 했습니다.

  • 1850년 레이디 몬태그호(Lady Montague)라는 선박이 450명의 중국인 이민자들을 싣고 미국에 도착했을 때 이미 300명이 병에 걸려 사망한 상태였었고,
  • 1871년 도로레스 우가르테호(Dolores Ugarte)라는 선박의 화재 사고 당시에는 미국 선원들이 갑판 아래 선실의 자물쇠를 채운 뒤 배를 버리고 도망가 중국인 이민자들 500명이 숨지는 참극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 미국의 기록에 따르면,

  • 미국 대륙횡단 철도 건설에 투입된 전체 노동자의 약 90%가 중국인 노동자들이었으며,
  • 년 평균으로 철로 공사에 동원된 중국인은 1만 5000명이었다고 합니다.
  • 미국의 철도 회사들은 백인 작업 감시관으로 하여금 가죽 채찍을 들고 중국인 노동자들을 강제적으로 일하게 하여 14년 동안 건설할 예정이던 철도를 7년 만에 완공했습니다.
  • 그러나,  이 시기에 얼마나 많은 중국인이 희생됐는지는 기록조차 남아 있지 않습니다. 

미국 대륙횡단 철도 공사 현장 사진 (출처 : 환구망)

- 1869 5 10일, 미국의 대륙횡단 철도가 완공되고

  • 중국 이민자들은 강제 노동에서 벗어나 비로소 자유로운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으나,
  • 백인들의 인종 차별과 중국인 대상 범죄가 잇따랐습니다.

- 1871년 로스앤젤레스 차이나타운에서

  • 약 500여 명의 백인들이 중국인들을 공격하여 최소 18명의 중국 이민자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 하지만, 검찰은 현장에서 체포된 백인들 8명에 대해 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겼고, 법원은 모두 무죄 판결로 방면했습니다.

- 1870년대 들어 미국 경기가 나빠지고 1873년 전 세계적인 대공황이 닥치자,

  • 미국 내에서도 백인들조차 일자리 지키기가 힘들어졌습니다.
  • 백인들은 대공황으로 인한 대량 해고와 장기 실업이 낮은 임금을 감수하면서도 열심히 일하는 중국인들 때문이라고 책임을 전가하고
  • 중국인들을 공격하여 중국인들에 대한 강도, 살인 사건이 줄을 이었습니다.

- 1882년 체스터 아더 미국 대통령이 '중국인 배제 법안(Chinese Exclusion Act)'에 서명하면서

  •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특정국 출신의 이민을 막는 첫 연방법이 시행되었습니다.
  • 이 법은 중국인의 이민을 막고, 이미 미국에 들어와 있던 중국 이민자들에게 시민권을 주지 않는다는 철저히 중국인을 차별하고 박해하는 법이었습니다.

- 중국인 배제법안은 2차 대전까지 이어져 1943년에야 미 의회에서 폐기했습니다.

- 미국은 1920년대에는 국가별로 쿼터를 할당해 이민을 제한하는 제도를 도입했는데, 이 역시 아시아 출신의 이민자들을 막고, 북유럽과 서유럽의 이민을 권장하자는 의도였습니다.


이 밖에도

  • 미국은 2차 대전 중에는 아무런 물증도 없이 10만 명 이상의 일본계 미국인들을 일본에 협력했다는 혐의로 수용소에 수용하기도 했습니다.
  • 하지만, 당시 독일계 백인들 중 독일에 협조했다는 혐의로 물증도 없이 구속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Stop AAPI Hate의 아시아계 미국인인 한 자원봉사자는

  • 트럼프 행정부가 2018년 11월에 발령한 중국의 경제 스파이 행위를 억제하기 위한 법무부 프로그램인 '차이나 이니셔티브(China Initiative)'가 오늘날까지 시행되고 있고,
  •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도 중국과의 긴장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 의도치 않게 아시아계 인종 증오를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 미국 정부가 아무리 부인하더라도, 인종적으로 색칠된 정책의 지속적인 시행은 뿌리 깊은 편견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뿌리 깊은 편견은 "영구적인 외국인"으로만 여겨지는 아시아계 미국인들에게는 특히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몇 세대째 아시아계 미국인 가정으로 거슬러 올라가도, 우리는 백인도 흑인도 히스패닉도 아니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항상 외국인으로 비춰질 것입니다." Stop AAPI Hate의 아시아계 미국인인 자원봉사자의 말입니다.
인종 차별은 더 이상 일어나지 말아야 합니다. 아시아계 미국인을 향한 증오 범죄도 그렇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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