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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씨 아재의 이야기 바구니/다른 나라 이야기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 ? FRB? FOMC ?

by vinssy 2022. 4.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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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Fed)"이라고 줄여 부르기도 하는 "연방준비제도(FRS ; Federal Reserve System)"는 미국의 중앙은행이자 세계 경제를 책임지는 가장 강력한 금융기관이다. 연준은 미국 내 인플레이션을 조절하기 위해 안정적으로 통화를 관리하고, 금융시스템을 유지, 관리, 감독하는 것을 주요 임무로 하고 있다. 그런데, 세계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미국의 중앙은행은 미국 정부가 소유하고 있지 않다. 연준은 애초에 미국의 상업 은행들이 출자하여 설립되었고 지금도 민간은행이나 국립은행, 주은행들이 지분을 나눠 갖는 주주들이다. 하지만, 연방준비제도의 경영진이라고 할 수 있는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 이사들은 대통령이 지명하여 의회에서 승인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정부의 간섭을 받지는 않지만, 통화 정책 수립에 있어 미국 재무부와 밀접하게 소통하고 협력한다. 이렇게 창의적으로 설립되고 운영되는 미국의 중앙은행에 대해 알아보자.


미국의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 ; Fed)는 어떻게 정부와 민간이 공동 소유하고 운영하는가?

1. 연준의 주요 임무

: 연준의 주요 임무는 적절한 통화 정책을 수립, 시행하여 안정적인 물가를 유지하고, 지속 가능한 최고 수준의 고용을 달성할 수 있는 경제 조건을 조성하는 것입니다. 또한 시중 은행에 대한 감독, 규제 등이 부차적인 임무입니다.

  • 최대 고용, 안정적인 물가, 적당한 장기 이자율을 보장하기 위해, 미국 경제의 통화 및 신용 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국가 통화 정책 수립 및 수행
  • 미국 은행 및 금융 시스템의 안전을 보장하고 소비자 보호를 위해 은행 기관을 감독, 규제
  •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유지하고 시스템 위험을 억제
  • 국가 지불 시스템, 예탁 기관, 미국 정부 및 정부 지정 외국 기관 등의 운영에 핵심 금융 서비스 제공

연준-로고
연준 로고 (출처 : 미국 정부)

 

2. 연준의 물리적인 구성, 민간 소유의 12개의 지역 연방준비은행(Federal Reserve Bank)

- 12개 지역 연방준비은행은 "보스턴, 뉴욕, 필라델피아, 클리블랜드, 리치먼드, 애틀랜타, 시카고, 세인트루이스, 미니애폴리스, 캔자스시티, 댈러스 및 샌프란시스코"에 있으며, 각각 독립적으로 운영됩니다.

- 12개 지역 연방 준비 은행의 주주는 민간 은행(전국 대상 영업 중인 은행은 의무), 모든 국립 은행(연방 정부가 승인한 은행)과 주정부 은행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미국에 있는 전국 8,000개 이상의 은행 중 약 38%가 이 시스템의 회원이며, 이들은 공동으로 출자하여 연방준비은행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물론, 주식 처분 권한이 없기 때문에 우리가 일반적으로 얘기하는 "소유"와는 많이 다릅니다.)

- 연방준비은행의 주주 은행은 법에 따라 자본금의 3%를 연방준비은행에 투자해야 하며, 주식을 팔거나 거래하거나 그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릴 수 없습니다. 그들은 출자한 연방준비은행으로부터 매년 6%의 배당금을 받으며, 해당 연방준비은행의 이사 선출 권한이 있습니다. (9명 중 6명은 선출, 3명은 연준이 지명)

- 연준은 이러한 연방준비은행의 소유권 문제에 대해 공식 언급을 하지 않은 채, '공공 목적과 사적 측면을 모두 가진 정부 내의 독립적인 실체가 있는 기관'이라고만 설명하고 있습니다.

- 연방준비은행은 법령에 따라 정기적으로 활동을 정부가 아닌 의회에 보고하고, 의회의 감독을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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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의 구성 (출처 : the balance)

 

3. 미국 통화 정책을 결정하는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 ; Federal Reserve Board)

- 우리가 뉴스를 볼 때, 경제 기사에서 "연준"이라고 지칭하는 대상은 일반적으로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입니다.

- 연방준비제도 이사회는 연준의 가장 중요한 통화 정책인 "기준금리와 공개시장 조작, 지급준비율"을 결정합니다. 금리는 재할인율(연방준비은행과 시중은행 간 여신 금리)을 의미하며, 공개시장 참여는 재무부 채권 및 기타 유가증권의 매입 또는 매각, 발행을, 지급준비율 결정은 은행이 의무적으로 은행 내부에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 통화량을 의미합니다. 

- 최근 뉴스에서 '연준이 다음 회의에서 국 금리를 0.5% 빅 스텝으로 올릴 가능성이 높다'라고 나오는데 이것은 '연준 이사회가 은행 간 금리를 0.5% 올린다'는 의미입니다.

- 이사회에는 대통령이 지명하고 미 상원의 승인을 받은 7명의 이사가 있습니다. 각 이사의 임기는 최대 14년이며, 각 이사의 임명은 대통령의 권한을 제한하기 위해 2년씩 시차를 두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4년 임기의 대통령이 한 번의 임기에 2명만 지명할 수 있습니다.

미국-정부
출처 : 미국 정부

- 연방준비제도 이사회의 의장과 부의장은 4년 임기로 연임이 가능하며, 의장은 이사회 운영에 대한 보고를 의회에 해야 합니다. 따라서 대통령 눈치를 볼 필요가 없습니다.

- 연방준비제도 이사회는 1913년 제정된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법에 의해 설립된 독립 기관입니다. 당시 우드로 윌슨 대통령은 정부가 임명하는 이사회를 원했고, 의회는 미국의 다양한 지역을 대표하는 12개의 지역 은행과 중립적인 이사회를 원했기 때문에 양 측이 타협하여 정부가 지명하고 의회가 승인하지만, 독립적인 연준이 탄생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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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제롬 파웰 현 FRB 의장 지명 당시 후보자들, 파웰은 경제학 박사 학위가 없는 최초의 FRB 의장 (출처 : 한국일보)

 

3. 공개시장 조작을 담당하는 회의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 Federal Open Market Committee)

- FOMC는 연준의 통화 정책 결정 기관이며, 연준이 모여서 회의하고 결정을 내리는 가장 중요한 회의체입니다

- FOMC는 총 12명, 연준 이사 7명과 5명의 지역 연방은행 총재들로 구성됩니다. 가장 영향력이 큰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당연직이며, 나머지 네 자리를 11명의 다른 총재가 3년에 한 번씩 돌아가며 임기 1년을 맡습니다. 그리고 FOMC의 정족수는 7명이고, 적어도 1명은 지역 연방은행 총재가 반드시 참석해야 하며, 과반수로 표결합니다. 
- FOMC는 매년 8번 정례회의를 열어 연방 기준금리를 결정합니다. 기준금리는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연준은행에 법적 지급준비금 이상의 금액을 예치한 금융사가 다른 금융사에 그 돈을 빌려줄 때 받는 이자율로, 재할인율을 의미합니다. 이 미국의 기준금리가 미국 금융기관들의 시중금리와 자산 가격, 환율 등에 영향을 미치고 세계 경제에도 큰 영향을 줍니다

FOMC
출처 : KN News

- 막간 상식 -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전 세계 정부들과 국제 기구의 금고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금을 거래할 경우, 실물 금괴가 배송되지 않습니다. 실물 금괴는 뉴욕연방준비은행 지하 초대형 금고에 그냥 들어 있는 상태에서 해당 중앙은행들의 계좌 내역만 변경되는 것입니다. 정확한 수치가 발표된 적은 없으나, 각 정부들은 금 보유량의 30%가량을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금고라고 평가받는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맡겨놓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은 주로 해외 예치 금괴는 뉴욕에, 자국의 금괴는 켄터키주에 위치한 연방정부 금고에 보관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에 착안하여 옛날 영화지만, "다이하드 3"에서는 테러범이 뉴욕에 폭탄 테러를 하는 척하면서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금괴를 터는 장면이 나옵니다. 금괴가 너무 많아서 포클레인과 덤프트럭 수십 대를 동원해서.

다이하드3-금괴-장면
다이하드3 영화 중 금괴를 터는 장면


그렇다면, 민간이 소유하고 정부와 협의하여 운영하는 중앙은행 시스템은 왜,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했을까요?

사실 한국은행의 역사도 잘 모르는데, 미국 중앙은행의 역사를 깊이 알 필요까지는 없으니, 미국 중앙은행의 역사를 간략하게 소개해 보겠습니다. 

 

미국 중앙은행의 변천사

* 미국 독립운동 시절, '컨티넨탈 지폐(Continental currency banknotes)' 도입의 실패

- 미국 연방정부는 독립운동 당시 부족한 전비 마련을 위해 1775년 '컨티넨탈 지폐'를 도입했습니다.

- 하지만, 화폐 정책을 총괄할 수 있는 정부 기구가 부재하여 주정부도 아무런 통제 없이 동일한 지폐를 찍어냈고, 영국이 위조지폐를 유통시키면서 컨티넨탈 지폐는 가치가 급락, 5년 만에 화폐로서의 기능을 상실했습니다.

컨티넨탈-지폐
1/3 달러 컨티넨탈 지폐 (출처 : 위키피디아)

 

* 미합중국 제1은행(The First Bank of the United States)

- 컨티넨탈 지폐 도입 실패를 통해 중앙은행의 필요성을 절감한 미국 연방정부는 1791년 미합중국 제1은행을 설립하였습니다. 당시 재무 장관이었던  알렉산더 해밀턴은 미국의 국가 신용을 개선하고, 미국 정부의 금융 사업 관리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중앙은행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믿음에서 미합중국 은행에 대한 법률을 추진했습니다.

- 하지만, 남부 농업 및 축산업을 주업으로 삼는 주들이 반대하고, 북부 공업 지역 일부에서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았는데, 이들은 당시 세계 금융 시장을 주도하던 영국의 금융업과 유대인에 대한 반감이 깊었습니다. 이들은 금융업자들이 힘들여 일하지도 않으면서 많은 이익만 가져가는 사회악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했고 미국 헌법에 중앙은행을 두라는 조항이 없기 때문에 헌법에 맞지도 않는다고 중앙은행 설립에 반대했습니다.

- 북부 주들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설립된 미국 최초의 중앙은행은 그러나, 20년마다 의회의 재인가를 받아야 하는 조항으로 인해 없어지고 말았습니다. 기존 미국 남부 주들 뿐만 아니라, 중부의 신생 주들까지도 연방 정부의 금융 독점에 반대하면서 의회의 재인가를 결국 받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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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 1797년 설립된 미합중국 제1은행건물 (출처 : 위키피디아)

 

* 미합중국 제2은행(The Second Bank of the United States)

- 1812년 미영 전쟁이 발발하자, 미국은 인플레이션과 세수 부족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게 됩니다. 그러자 대부분의 주들이 중앙은행의 필요성에 동의하여 1815년 미합중국 제2은행이 설립되었습니다.

- 미합중국 제2은행은 연방정부의 금융업 독점을 막기 위해 연방 정부가 20%, 4천여 명의 자본가들이 80%를 출자한 민간 은행이었습니다. 

- 하지만 미합중국 제2은행을 통해 많은 부를 축적한 자본가들이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정치 세력과 결탁하여 연방 정부를 장악하려 한다는 부정부패 스캔들로 인해, 1833년 민주당의 앤드류 잭슨 대통령은 연방정부의 모든 자산을 중앙은행이 아닌 7개의 주 정부로 분산 예치하는 행정 명령을 내리면서 문을 닫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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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 1818년 설립된 미합중국 제2은행건물 (출처 : 위키피디아)

 

* 미국 연준의 탄생

- 1833년 이후 중앙은행 없이 금융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던 미국 연방정부는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특히 1907년 고객들을 위한 최소한의 지급준비금도 유보해 놓지 않았던 니커보커 신탁회사의 파산으로 의해 발생한 대공황은 뉴욕 증권거래소의 주가가 50%나 하락하고 미국 대부분의 금융기관에서 뱅크런(대규모 현금 인출 사태)이 발생하면서 실업자가 300만~400만 명이 늘어나는 등, 4년 간이나 미국 경제를 옭 졸라맸습니다.

- 1907년 대공황은 뉴욕 최대 은행가인 J. P. 모건과 미국 최대 부호였던 존 데이비슨 록펠러가 주요 은행에 대한 지급 보증을 선언하면서 진정이 됐는데, 이는 미국 연방정부가 강력한 중앙은행을 가져야 한다는 반증이기도 했습니다.

- 대공황 이후 미국 의회는 은행의 모든 문제를 조사하기 위해 국가화폐위원회(National Monetary Commission)라는 특별위원회를 신설하였고, 국가화폐위원회는 은행들에게 총자산 대비 일정 비율의 지급준비금을 강제할 수 있고, 미국의 화폐 발권력을 통제할 수 있는 국가 기관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하여 1913년 연방준비제도가 탄생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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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DC의 연준 건물 (출처 : 위키피디아)


여담이지만, 이러한 연준의 탄생과 민관이 균형을 이루는 형태의 중앙은행에 대한 실험은 2차 대전 이후 폐전 독일의 중앙은행 설립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히틀러에 동조했던 기존 중앙은행인 라이치스 은행이 패전으로 문을 닫고, 독일 마르크화 화폐 개혁을 담당해야 하는 중앙은행이 필요해 지자, 1948년 미국과 영국은 프랑스의 반대를 무시하고 독일 내 유대 자본을 끌어들여 방크 도이처 랜더(Bank deutscher Länder)를 만들고 화폐개혁을 실시합니다. 하지만, 방크 도이처 랜더는 독일 헌법을 위반한 소유 구조였고, 패망 독일이 해외에서 전후 복구 차관을 들여오는데 민간 은행으로서는 한계가 많았기 때문에 결국 1952년 소유권을 독일 정부가 사들여서 현재의 독일 연방은행(Deutsche Bundesbank)으로 재탄생하게 됐습니다.

 

제가 정치학을 전공해서 그런지, 개인적으로 미국은 중앙은행도 그렇고 사법체계나 선거체계도 그렇고, 창의적이면서 절묘하게 균형을 이루는 제도가 많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추후에 차근차근 하나씩 꺼내서 같이 공부해 보면 좋을 듯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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