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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씨 아재의 이야기 바구니/우리 나라 이야기

대법원, 미성년 자녀가 있는 성 전환자에 대한 성별정정 허가 판결

by 공릉 2024. 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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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 자녀가 있는 성 전환자도 가족관계등록부 성별 정정을 허가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습니다. 이 판결은 2011년 대법원이 부모의 성별 정정은 "자녀에게 정신적 혼란,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불허한다고 했던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을 뒤집은, 대한민국 사법 역사에 남을 엄청난 판례입니다. ( 2022년 11월 24일)

"아빠가 엄마로, 엄마가 아빠로 변경 가능", 11년 만에 대법원 판결 뒤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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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전환자에 대한 대법원 판례 변화 (출처 : 중앙일보)

2011년 대법원은 미성년 자녀가 있는 트랜스젠더는 성별정정을 할 수 없다는 취지로 판결을 내렸고, 그 이후 11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성별 정정 신청은 만 20세 이하 미혼이면서 자녀가 없는 경우에만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오늘(24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A 씨가 가족관계등록부 성별을 ‘남’에서 ‘여’로 정정해 달라며 낸 등록부 정정 재항고 사건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가정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그것도 대법관 12명 중 11명이 다수 의견을 냈습니다!!!!!

대법원_전원_합의체
대법원 전원 합의체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다수 의견과 언론에 보도된 협의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 대법원 전원합의체 다수 의견 :

 

  • 성별 정정은 가족질서 내 역할이나 지위에 앞서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한 삶의 필수조건”이다.
  • 미성년 자녀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성별정정을 허가하지 않을 경우 성 전환자의 기본권이 본질적으로 침해된다.
  • 성 전환자와 그의 미성년 자녀는 성별정정 전후를 가리지 않고 개인적·사회적·법률적으로 친자관계에 있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
  • 원심(하급심)의 판단에는 “헌법 제10조 전문의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지며, 헌법 제11조 제1항의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상 기본권 및 성 전환자의 성별정정 허가 기준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 미성년 자녀가 성년에 이를 때까지 실존하는 성별과 공적 기록상 성별이 불일치한 삶을 살도록 강요받는다면 성 전환자가 참고 감당해야 하는 고통의 크기, 실존을 위해 부조리에 맞서야 하는 절박함의 강도는 너무나 클 수밖에 없다.
  • 성 전환자의 기본권 보호, 미성년 자녀의 보호·복리가 서로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미성년 자녀를 둔 성 전환자의 성별정정 허용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미성년 자녀의 연령과 성별정정에 대한 이해도, 가족 간 유대감 등 실질적 사정 등) 성별정정을 허용한다고 미성년 자녀에게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도 했다.

 

* 반대 의견(1명) :

기존 판례는 우리 법체계 및 미성년자 자녀의 복리에 적합하고, 사회 일반 통념에 들어맞는 합리적 결정이다.

성별정정이 이뤄질 경우 가족관계등록부에 관련 내용이 노출돼 미성년 자녀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

 

* 반대 의견에 대한 보충 의견 :

  • 성전환에 대한 차별이 존재하기 때문에 미성년 자녀의 복리에 반한다며 성별정정을 불허하는 것은 오히려 성 전환자가 소수자로서 겪는 소외와 고통을 외면해 성전환이나 성별정정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편견을 더욱 고착화·내면화하는 결과를 야기한다.
  • 성 전환자의 미성년 자녀에게 차별과 편견이 온존하는 사회에 살아가야 하는 짐을 지우는 것이다.
  • 성 전환자와 그 자녀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편견을 근본적으로 시정할 책무가 있는 국가가 사회에 존재하는 차별과 편견을 불변하는 전제조건으로 놓고 성별정정을 불허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 국가가 가족관계등록부 제도를 보완해 부모의 성별정정 사실이 공개되지 않도록 하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다.

 

  • 이번 소송의 당사자인 A 씨는 생물학적 남성으로 태어났지만, 어린 시절부터 스스로 여성이라고 여겼으며,
  •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체격과 목소리가 변해가는 것에 정신적 고통을 느끼기도 했지만,
  • 부모님의 기대 때문에 대학교를 졸업하고 결혼해 2012년 아이를 품에 안을 때까지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숨기며 살았다고 합니다.
  • 이후 정신과에서 ‘성주체성장애(성전환증)’ 진단을 받자 아내와 이혼했고, 2018년 11월 외국에서 성전환수술까지 받았습니다.

국내법상 성 전환자가 성별을 법적으로 변경하려면 법원에 가족관계등록부 상의 성별정정을 신청해서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1·2 심은 모두 A 씨에게 미성년 자녀가 있다는 이유로 성별정정을 불허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2심 법원은 "신청인의 성별을 여성으로 정정하도록 허용하면 미성년 자녀 입장에선 법률적 평가를 이유로 아버지가 남성에서 여성으로 뒤바뀌는 상황을 일방적으로 감내해야 한다.

이로 인한 정신적 혼란과 충격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라고 지적하면서 2011년 대법원 판례를 따르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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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까지의 주민등록 성별 정정 처리 건수 ( 출처 : 서울신문)

대법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사법은 다수결 원칙이 지배하는 입법이나 행정과 달리, 다수의 정치적·종교적·사회적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소수자와 약자를 보호하는 최후 보루 역할을 할 때 존재 의의가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한 판결”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이번 판결은 ‘미성년 자녀를 두고 있지만 혼인상태가 아닌’ 트랜스젠더에만 적용됩니다.

대법원 관계자는 “혼인 중인 성 전환자에게까지 폭넓게 성별정정을 허용하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그 부분에 관하여는 명시적 합의, 판단이 되지 않았다. 현재 혼인상태에 있는 성 전환자에게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에 대해서는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 블로그를 통해 판새들이라고 욕도 많이 했지만, 이런 판결을 보게 되다니, 너무 가슴이 뿌듯합니다.

올해 접한 법원 판결 중 최고이지 않나 싶습니다. 드디어 우리나라도 소수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시작된 듯싶어 너무나 기쁩니다.

하지만, 뉴스 댓글들을 보면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성소수자들에 대해 테러에 가까운 표현을 써가면서 욕을 해대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물론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할 것이라는 점은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사회의 시스템이 이들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거부감이나 편견을 벗어버리고 소수자들을 바라보게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우리는 모두 같은 한국 사람이어서 그렇습니다. 조금 다른 점이 있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서로 다름을 인정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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