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인간들이 주로 버추얼 인플루언서로 활동하고 있는 한국과는 달리, 해외에서는 가상인간뿐만 아니라 3D 캐릭터나 가상동물, 인형들도 큰 인기를 얻으면서 말 그래도 인플루언서로서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과 한국,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이 후발주자이지만 뛰어난 3D 기술을 바탕으로 고퀄리티인 가상인간들을 만들어 내면서, 사람과 최대한 닮게 만든 가상인간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안녕하세요, 빈씨 아재입니다.
지난 포스팅에서 가상인간을 만들어 내는 기술과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가상인간들을 소개해 드린 데 이어 오늘은 해외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는 버추얼 인플루언서들 중 가상인간들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버추얼 인플루언서 TOP 15
우선 인플루언서마케팅허브라는 사이트에서 2021년 12월에 평가한 버추얼 인플루언서 TOP 15를 보시겠습니다. (이 사이트가 얼마나 공신력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구글에서 1등으로 뜨네요. 참고할만합니다.)
위의 15개의 버추얼 인플루언서들 중 무려 9개는 가상인간이 아닙니다.
3위에 있는 바비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바비 인형"이고, 11위에 올라 있는 "Bee Influencer"는 의인화한 가상동물(꿀벌)이며, 그 밖에는 3D 캐릭터 중 몬스터 형태 2개, 사람 형태 5개입니다. (사람형 3D 캐릭터들 중 남성형은 1개, 여성형은 4개)
이 중 하나만 번외 편으로 소개를 해 드리자면, 전 세계에서 "공익 SNS" 마케팅의 본보기라고 할 수 있는 "Bee Influencer"입니다.
프랑스의 "the fondation de france"라는 자선 단체는 전 세계적으로 꿀벌이 크게 줄어드는 상황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우고, 꿀벌 보존을 위한 모금행사의 일환으로 2019년 5월 인스타그램에 "Bee Influencer"를 등장시켰습니다.
네티즌들과 인스타그램으로 적극적인 소통을 이어가면서 Bee는 팔로워 수 27만 명을 기록하고 4차 BeeFund 모금활동까지 벌였으나, 2021년 4월 갑자기 사망 소식이 올라왔습니다. 살충제에 당했다는 설명과 함께...
"Bee Influencer"는 SNS를 통한 선한 영향력 확산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가장 잘 보여준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자, 그러면 Bee의 죽음을 애도하면서, 외국에서 유명한 버추얼 인플루언서 중 가상인간들만 추려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1. 릴 미켈라(lil miquela)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lilmiquela/?hl=en
명실상부, 현재 전 세계 No.1 가상인간입니다. 앗, 아닙니다. 인스타그램 프로필을 보면, 가상인간이 아니라 가상로봇이라고 되어 있습니다.(19-year-old Robot living in LA 💖) 그런데, 제작사 인터뷰를 찾아보니, 명확히 답변하지 않습니다. 그냥 "그녀 자신은 로봇이라고 믿고 있다."라고 합니다. 일단, 본인은 로봇이라고 하지만, 가상인간으로 치고 소개하겠습니다. 가상인간 얘기할 때 항상 등장하는 이 인간? 로봇?을 빼면 쭉정이들만 남습니다.
(뒤에 다른 가상인간 얘기할 때 또 얘기하겠지만, 릴 미켈라 제작자들이 마케팅 수완은 좋으나 제가 볼 때는 이슈 만들기에 급급한 나머지 사기성이 있습니다.)
릴 미켈라는 브라질계 미국인이라는 설정으로 2018년 4월 인스타그램에 등장하여 현재 300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가졌고, 명품 브랜드 '프라다', 청바지 업체 '캘빈 클라인' 등의 광고 모델이며, 13곡의 음원을 발표했습니다. 2019년 벌어들인 돈이 1170만 달러라고 합니다.
2. 버뮤데이즈베이(bermudaisbae ; 이하 제작사 공식 약칭 '버뮤다')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bermudaisbae/
앞서 보여드렸던, 인플루언서마케팅허브라는 사이트의 버추얼 인플루언서 TOP 15 순위에서 13위에 올라와 있는 여성형 버추얼 인플루언서입니다. 그런데, 프로필을 보면 "Robot Queen 👑 "이라고 나옵니다. 릴 미켈라와 비슷합니다.
이상해서 찾아보니까, 릴 미켈라와 버뮤다는 같은 제작자들이 만들었습니다. 심지어는 인스타그램 계정 해킹 사건도 조작했습니다.
2018년 4월, 버뮤다로 알려진 유사 캐릭터가 릴 미켈라 계정을 "해킹"하여 미켈라의 모든 사진을 삭제하고, 버뮤다 캐릭터의 사진으로 대체하는 해킹 사건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미켈라와 버뮤다는 둘 다 같은 제작자들 의해 만들어진 캐릭터라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그 후 이 두 명의 가상인간들은 미켈라의 계정에 함께 사진을 올리기 시작했고, 결국 이 계정은 다시 미켈라 팀에 의해 운영되고 있습니다. 아무리 진짜 사람이 아니라고 해도 후발 주자를 띄우기 위해 이런 조작을 하면, 한국 같았으면, 둘 다 욕을 바가지로 먹고 재기하기 힘들었을 텐데 미국은 다른가 봅니다.
3. 루 두 마갈루(Lu do Magalu)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magazineluiza/?hl=en
브라질 최대의 소매유통업체(Magazine Luiza)에서 만든 가상인간 루 두 마갈루는 인플루언서마케팅허브에서 선정한 1위 버추얼 인플루언서입니다. 2009년 Magazine Luiza의 유튜브 채널에 처음 등장한 이후, 제품 리뷰나 언박싱 비디오, 제품 사용 시범 등의 다양한 동영상을 올리고 있으며, 2019년 벌어들인 돈이 5억 달러가 넘는다고 합니다. (말도 안 되는 금액입니다. 찾아보니까 루 두 마갈루 쇼핑몰이 있네요. 잘 되나봅니다. 참고로 모기업인 Magazine Luiza의 2019년 매출액이 90억 달러가 좀 넘습니다.) 그래서 인플루언서마케팅허브에서 1위로 선정한 듯합니다.
4. 이마(imma)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imma.gram/
아시아 출신으로 가장 유명한 가상인간, "이마"입니다. 일본어로 '이마'는 '지금'이라는 뜻입니다. (임마! 아닙니다. '이마'입니다.) 지금 이 순간의 일본 문화에 대한 호기심을 이름에 담았다고 합니다.
"이마"는 2018년 7월, 트레이드마크인 버블검핑크빛 머리카락과 초극세사 미래 패션 콘셉트로 등장해서 순식간에 일본의 패션잡지, TV를 거쳐 일본 광고계의 블루칩으로 등극했습니다. 현재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35만 명을 넘어섰고, 이마가 출연한 광고는 '포르셰 재팬, 이케아, 디오르, 푸마, 나이키, 발렌티노, 아마존, 칼빈 클라인' 등 톱 브랜드들 뿐입니다. 이마의 제작사는 수익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 언론에서 추정하는 수익은 1년에 65만~70만 달러입니다.
5. 녹스프로스트(knoxfrost)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knoxfrost/feed/?hl=en
드디어 유일한 남성형 가상인간인, 아니 가상로봇인 "녹스프로스트" 차례입니다!!! 그런데... 솔직히... 많이 어색합니다...
그래도 녹스프로스트는 인플루언서마케팅허브에서 선정한 5위의 버추얼 인플루언서이고,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 기금 모금 캠페인의 홍보대사입니다. 미국 내에서 꽤 인지도가 높지만, 로봇이라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어색하다는 비난을 많이 받아서 제작사의 발표 내용에 따르면 '자신이 진짜인지 가까인지'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6. 슈두(Shudu)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shudu.gram/
"슈두"는 2017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흑인 여성으로 영국의 사진작가가 3D 모델링 기술을 활용해 만든 디지털 기반의 모델입니다. 최근 삼성 휴대폰 유럽 모델로도 활동했다고 하고, 패션의 본고장인 유럽에서 "보그, 코즈모폴리턴" 등의 유명 패션 잡지와 협업하면서 가상인간에 대한 유럽인들의 인식을 크게 향상시켰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약 23만 명입니다.
7. 달라시아(Thalasya)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thalasya_/?hl=en
달라시아는 인도네시아에서 만든 가상인간으로 인플루언서마케팅허브에서 선정한 8위의 버추얼 인플루언서입니다. 아무래도 3D 그래픽 기술 수준이 그렇게 높지 않은데, 인도네시아 네티즌들의 열열한 지지를 받고 있어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도 50만 명에 육박하고, 평가 순위도 높은 듯합니다. 주로 인도네시아 곳곳을 여행하면서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어 SNS에 포스팅합니다.
8. 아일린(Ailynn)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ai_ailynn/
"아일린"은 작년(2021년) 9월 태국에서 태어난 가상인간입니다. 달라시아와 거의 비슷한 경우입니다. 3D 구현 수준도 좀 낮지만, 태국 네티즌들의 지지를 받아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가 5개월 만에 약 15만 명이나 되고, 언론 노출도 자주 되는 듯합니다. 제작사는 '아일린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만능 걸'이라고 홍보 중입니다.
9. 중국의 가상인간 소개
중국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세계 최고 수준의 3D 그래픽 기술을 갖고 있으면서도 가상인간 제작은 조금 늦게 시작한 편입니다. 그 이유는 귀여운 3D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의 인기가 넘사벽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7년 전쯤에 상해에서 매년 열리던 "차이나조이(국제 게임 박람회)"에 갔을 때 사람이 너무 많아서 뚫고 들어갈 수가 없었던 행사장이 애니메이션(주로 일본 애니메이션)과 게임 관련 상품(주로 피겨, 브로마이드, 블루레이, 티셔츠 등) 판매장이었습니다. 중국은 본토에서 만드는 TV 애니메이션조차 3분의 2 이상을 3D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고, 중국 극장 상영 흥행 수익 2위에 올라있는 영화도 3D 애니메이션 만화영화입니다. ("나타지마동강세"는 월드와이드 흥행 수입이 7억 2,300만 달러에 달합니다. 대부분 중국에서 번 금액입니다. 궁금하신 분은 나무위키의 내용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https://namu.wiki/w/%EB%82%98%ED%83%80%EC%A7%80%EB%A7%88%EB%8F%99%EA%B0%95%EC%84%B8
출발은 늦었지만, 잠재력으로만 보면 중국의 가상인간이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 많은 인구의 소비 시장과
- 최고 수준의 기술력이 있으니,
- 정부에서 별다른 규제만 하지 않는다면 조만간 가상인간들이 쏟아져 나올 겁니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중국이 외국의 SNS를 모두 막아버리기 때문에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를 점령할 가능성이 없어, 해외 진출하기가 쉽지 않다는 겁니다. 아래의 2개 가상인간처럼 인스타그램을 시작하더라도 중국 네티즌들의 중화 애국심 버퍼를 받지 못하면 뜨기 쉽지 않습니다.
- 아야이(ayayi)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ayayi.iiiii/
"Ayayi의 게시물 하나하나에서 보이는, 신체 세부 사항에 대한 세심함은 충격적이다. 빛이 그녀의 피부결을 드러내는 방식은 독특하고 그녀를 실제 사람처럼 보이게 한다. 그녀의 짧은 금발은 이미지마다 완벽하게 스타일링 되어 있고, 그녀의 무감정한 표정은 위협적이면서도 우아하다. Ayayi는 거의 완벽하다." - virtualhumans.org 기사 중 일부 발췌 번역
(사실 가상인간이 잘 웃지 않는 건, 미세한 얼굴 근육의 움직임을 3D로 표현하면 어색한 경우가 많아서입니다.)
3D 애니메이션 버추얼 캐릭터를 제외하면 현재 중국에서 가장 뜨고 있는 가상인간입니다. 작년(2021년) 5월 인스타그램 활동을 시작했고 중국에서는 루이뷔통 광고 모델입니다. 인스타그램 사진만 봐도 지금까지 보아 온 어떤 가상인간의 사진보다 완벽합니다. 하지만, 가상인간의 성공 여부가 그래픽 기술력만의 싸움이 아니기 때문에 향후 어떻게 대중들에게 파고 들어갈 것인지가 더 중요합니다. 아야이 개발사 역시 이러한 점들을 알고 있어서인지 해외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아야이의 목소리 대역을 고를 때 영어가 유창한 사람을 선정했다고 합니다.
- 앤지(angie)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digital_angie/
아야이와 마찬가지로 작년(2021년) 인스타그램에 첫 선을 보였으나, 그다지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 화즈빙
화즈빙은 칭화대 컴퓨터학과 지식공정실험실이 개발한 가상인간으로, 지난해(2021년) 6월에 틱톡에 기타를 치면서 노래하는 동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인기 급상승 중입니다. 하지만, 화즈빙은 중국 정부의 엄청난 지원금을 받아서 개발한 국책사업 결과물이기 때문에 화즈빙이 직접 상업 시장에 나올 가능성은 없어 보입니다. 다만, 화즈빙은 개발 시점부터 AI와 결합되어 있고 딥러닝 학습을 통해 '시 쓰기, 그림 그리기, 외국어' 등 9가지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4가지 댄스 포지션 등을 익히며 스스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1년 후에 화즈빙으로부터 테이터를 얻게 되는 중국의 가상인간은 기존 가상인간들보다 개발자들로부터의 자립도가 높아 비용 절감에 매우 유리할 것을 보이며, 그렇게 된다면 활동 범위와 활동 시간의 한계를 크게 확장시킨 가상인간들이 등장할 것을 보입니다.
아이고, 너무 많이 소개하다보니 제 손목이 아프네요...
긴 글 읽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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